시중은행들이 연 5%대 후반의 후순위채권과 하이브리드채권 발행에 나서자 저축은행들이 예금금리 인상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20일 금융계에 따르면 1년 만기 정기예금에 연 5% 내외의 금리를 제공하고 있는 저축은행들이 시중은행의 잇단 채권 발행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지난달 국민은행이 연 5.7%의 후순위채 1조원을 발행한 데 이어 21일부터는 농협이 연 5.9%의 수익률을 제공하는 후순위채(7,000억원 규모) 판매에 나서고 신한은행도 오는 6월 5%대 후반의 금리를 적용하는 하이브리드채권 1조원을 판매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현재 저축은행 업계의 1년제 평균 정기예금 금리는 연 4.71%로 은행권의 채권 금리와 1%포인트 이상 차이가 난다. 솔로몬ㆍ토마토가 1년 만기 정기예금에 연 5.0%, 현대스위스가 연 4.8%를 적용하고 있다. 지난해 말 시중은행들이 연 7%대 고금리 후순위채를 발행하자 예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연 8%대 고금리를 제공했던 저축은행들은 금리인상 카드를 다시 꺼내 들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저축은행 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은행권이 수조원대의 고금리 채권 발행에 나서고 있어 예금이탈을 막기 위해서는 금리인상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며 "만약 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예금이 많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도 "최근 수신금리를 인하하려고 계획했는데 은행권의 고금리 상품이 잇따라 나와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고 있다"며 "저축은행 고객들은 금리에 굉장히 민감한데 수신액이 많이 빠질까 걱정"이라고 밝혔다. 저축은행 입장에서는 증시와 부동산이 회복 조짐을 보이면서 저금리에 만족하지 못하는 일부 자금들이 주식시장과 부동산으로 흘러 들어가는 것도 부담 요인이다. 저축은행들은 지난 4월 예금이 감소세를 보이자 연이어 수신금리를 올렸다가 금융감독원의 지도로 금리인상을 억제했기 때문에 추가 인상요인도 있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은행권의 잇단 채권발행이 저축은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겠지만 지난해 말처럼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이라며 "지나친 금리경쟁이 문제라는 것이지 금리인상은 어디까지나 개별 저축은행이 판단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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