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금융위기로 촉발된 선진국의 경기침체가 예상보다 빨리 수출시장에 영향을 끼치면서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에 이어 수출의 주요 무대인 중국ㆍ아세안 등의 수출증가율까지 한자릿수로 꺾였다. 지난달 수출증가율을 보면 중국은 지난 8월까지의 평균증가율에 비해 4분의1 토막, 아세안은 무려 10분의1 수준으로 수직 하락했다. 국내 기업들은 이를 타개하기 위해 독립국가연합(CIS) 등에 대한 수출확대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이들 지역마저 금융위기 가능성이 나타나고 있어 불안함이 가중되고 있다. 지식경제부가 1일 내놓은 수출입동향을 보면 지난달(9월1~20일 집계) 수출은 377억5,000만달러, 수입은 396억5,000만달러로 18억9,000만달러의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올 들어 9월까지 무역수지 누적 적자는 142억달러로 늘어 연간 적자는 정부 전망치인 19억달러를 훨씬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심지어 외환위기가 발생했던 1997년의 84억5,000만달러 적자 수준에 육박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될 정도다. 정재훈 무역정책관은 이에 대해 “연간 적자는 전망치인 19억달러보다 늘겠지만 대규모 적자까지는 예상되지 않는다”며 “원유 도입단가가 더 내려가고 가스와 석탄 가격도 낮아지며 현대차가 파업 종결로 연말까지 수출이 지난해 대비 10% 증가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문제는 선진국의 경기침체가 신흥 수출시장에까지 빠르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9월 수출의 경우 그간 높은 수출증가세를 보여왔던 중국이나 아세안 국가로의 수출증가가 대폭 둔화됐다. 지난해 기준으로 우리나라 수출 비중 1위(22.1%)인 중국의 경우 올 들어 지난달까지 평균 26.9%의 수출증가율을 기록했지만 9월만 보면 7.3% 증가하는 데 그쳤다. 비록 9월 하순의 수출통계는 잡히지 않았지만 올 들어 8월까지의 증가율에 비하면 4분의1 수준이다. 아세안(2위ㆍ12.5%) 역시 지난달까지 평균증가율은 43.2%였지만 9월만 보면 4.2%로 고꾸라졌다.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도 9월 수출증가율이 각각 -0.3%, 2.3%로 올해 평균치(2.4%, 14.0%)를 밑돌았다. 이들 지역의 수출증가가 둔화됐음에도 불구, 9월 수출증가율이 28.7%를 넘어선 것은 대양주ㆍ중남미ㆍ중동 등 자원부국의 경제가 버텨줬던 게 이유다. 정 무역정책관도 “중동 등 자원부국은 아직까지 미국 금융위기의 영향을 받지 않은 곳”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품목별 수출에서는 선박(127%)과 석유제품(89%), 철강(74%) 등이 급증세를 이어갔고 무선통신기기(38%)와 석유화학(31%), 일반기계(26%), 자동차부품(21%) 등도 두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자동차는 부분파업에 따라 18%나 급감했고 단가 하락과 수요 감소에 따라 반도체(-10%)와 컴퓨터(-31%)의 수출은 두자릿수의 감소세를 지속했다. 수입의 경우 가격상승에 따라 원유(61%), 석유제품(96%), 철강(118%) 등이 증가세를 주도했다. /이철균기자 fusioncj@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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