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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의 이중잣대/우원하 정경부 기자(기자의 눈)

IMF신탁관리 시대를 살아가는 한국인들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을 법하다. 모든 것을 자업자득으로 돌리고 새출발을 하는 수밖에 딴 도리가 없다.그러나 우리의 새출발을 도와주어야 할 IMF의 행동거지를 보면 도대체 그들이 바라는 것이 궁극적으로 무엇인지 근본적인 의문이 불거진다. 기자가 미 워싱턴대학에서 만난 도널드 헬먼교수는 『IMF는 1백% 서구기관이며 이들은 한국사회 메커니즘이 서구와 어떻게 얼마나 다른지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면서 IMF의 태생적 한계를 지적했다. 그들은 우리에게 큰 돈을 빌려주는 대가로 우리의 금융·산업정책과 무역정책, 재정정책, 통화신용정책의 운영 방향을 마음대로 난도질했다. 아무런 속도조절이나 여과장치없이 우리의 자본시장, 금융시장은 미국에 버금가는 정도로 일거에 발가벗겨질 처지가 됐다. 국제기준, 더 정확히는 미국의 기준에 맞는 것은 한국에도 맞을 것이란 논리 때문이다. 모든 것이 「람보」식이다. 상대방의 특수한 사정은 염두에 없다. 실업의 의미가 미국과 한국에서 본질적으로 어떻게 다른지, 한국에서 은행파산의 파급효과와 미국에서의 그것과 어떻게 다를지 아무런 관심이 없다. 남의 불행을 자신의 기회로 이용하는 것이 서구가 말하는 소위 「정글의 법칙」이던가. 수년전 미 뉴욕전역이 정전사태로 암흑천지가 되자 엄청난 약탈이 자행되었던 일이 생각난다. 미국과 일본이 평소 요구했으나 우리 나름의 이유가 있어 버텨온 시장개방 약속이 이번 기회에 일거에 이루어졌다. 물론 외환문제와 직접 관계가 없는 사항도 많다. 하지만 그렇게 서구기준에 철저한 IMF가 국제관례를 무시해가며 한국의 대선후보들에게 현정부가 약속한 사항을 집권후에도 지킬 것을 요구한 일은 매우 이례적이다. 우리에게 시장개방을 강요할 때는 철저한 서구논리로, 이행을 약속하는 서명을 받아낼 땐 철저한 한국식 논리로 옷을 갈아입은 셈이다. 지금 우리는 금융기관과 기업들의 연쇄도산 사태에 직면하고 있다. 우리 문제는 우리가 너무도 잘 알고있다. IMF가 한국경제의 재건을 바란다면 지금이라도 람보식 해결방식을 버리고 한국정부의 재량권을 높여주어야 한다. 협상과정에서 보여준 극단적 이중잣대를 포기해야 「음모설」의 누명을 벗을 것이다. 국제사회의 여론도 그렇게 흐르고 있다.<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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