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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젊은 은행원의 과로사
입력1998-12-11 00:00:00
수정
1998.12.11 00:00:00
충청은행 퇴출후 충청하나은행에서 계약직사원으로 일해온 한 젊은 은행원이 과로사했다.충청하나은행 논산지점에 근무하던 배자희씨. 그는 지난 8일 새벽 심장마비로 서른일곱의 아까운 생을 마감했다.
금융권구조조정 소용돌이속에 이제까지 몸담아온 은행의 퇴출로 어느날 갑자기 직장을 잃게되는 충격을 맛보았던 젊은이다.
그는 하나은행이 충청은행을 인수하며 일부 사원을 계약직으로 채용, 천만다행으로 다시 일할 기회를 얻게되자 다시는 실직의 아픔을 겪지않기 위해 밤을 낮삼아 일했다. 그러다 꽃을 채피우지 못하고 스러져 버린 것이다.
배씨의 사망은 금융권 구조조정 회오리속에 살아남은 직원들은 물론 지금의 「살벌한」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회사원들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우리 회사는 살아남을 것인가, 인력감축이 이뤄질 경우 내가 그대상에 포함되지 않을까, 실직을 하게되면 무엇을 해야하나. 직장인들의 걱정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그 과정에서 겪는 정신적·육체적 스트레스는 이루말할 수 없다. 이러한 고통속에서도 이들은 말문을 열지 못한다. 그저 일할 수 있는 직장만 있다면 감지덕지해야할 상황인데 어찌 불평불만을 할 수 있겠는가.
묵묵히 회사가 요구하는 대로 따를 수밖에. 그러다 보니 밤을 낮삼아 일하고 그것이 누적돼 건강을 해치고 배씨처럼 목숨을 잃는 일까지 발생한다.
배씨의 죽음은 기업과 사회, 그리고 정부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구조조정과 경쟁력 확보는 지금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임에 틀림없다. 그렇다고해도 그것이 인간의 생명보다는 중요할 수없다. 「인간 생명의 무게는 지구의 무게보다도 더 무겁다」는 말도 있지않은가.
배씨의 죽음을 그저 시대적 아픔으로만 치부해서는 안된다. 살기 위해서 일하는 것인데 일하다 죽을 정도로 근로강도가 높아서야 되겠는가.
이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충청하나은행은 물론 각 기업이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하고 정부도 이를 독려하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대전=박희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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