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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가 후려치던 애플이 무너지고 있다
협력사 반기에 꼬리내린 애플도시바 등 납품단가 인상 요구에 굴복낸드·메모리 부품 10%이상 올려줘단가 후려치기 조달 방식 변화 조짐
이종배기자 ljb@sed.co.kr
김흥록기자 rok@sed.co.kr
단가 후려치기로 널리 알려진 애플의 고압적인 부품 공급조달 방식이 글로벌 협력업체들로부터 거센 도전을 받으면서 무너져 내리고 있다. 막강한 '바잉 파워(Buying Power)'를 바탕으로 수시로 단가 인하를 했던 애플이 최근 일본 도시바와 한국의 삼성전자ㆍSK하이닉스 등에 두자릿수 이상의 납품 단가를 인상해준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시황악화에 따른 업체의 감산 등으로 부품이 제때 공급되지 않은 것도 있지만 글로벌 협력업체들의 애플에 대한 반기가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15일 주요 외신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애플은 일본 도시바와 낸드 납품 단가 계약을 맺으면서 가격을 20% 이상 인상해준 것으로 확인됐다. 도시바는 삼성전자ㆍSK하이닉스와 함께 애플의 낸드 3대 부품 공급회사다. 업계 관계자는 "물량 부족에다 도시바 측의 강력한 요구로 납품 단가 인상이 이뤄진 것 같다"고 말했다.
낸드와 메모리 등을 공급하는 SK하이닉스도 최근 납품 단가를 10% 이상 올려 받았고 삼성전자도 낸드를 애플에 재공급하면서 최소 10% 이상 단가를 올려 받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비단 이것뿐만이 아니다. 애플은 삼성전자에 맥북에 들어가는 SSD의 부품을 늘려줄 것을 부탁했고 삼성은 이에 대한 조건으로 가격 인상을 요구해 애플이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격 인상폭은 10%대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애플의 조달 방식 붕괴 위협은 LCD 등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는 애플에 LCD를 공급하지 않는 가운데 LG디스플레이, 일본의 재팬디스플레이 등이 주요 공급사로 활동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삼성에 LCD 공급 재개를 요청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아울러 LG디스플레이와 재팬디스플레이 등도 애플과 단가 인상 협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전자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글로벌 협력업체들의 단가 인상을 받아 들인 것은 과거에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라며 "여기에는 글로벌 협력업체들이 더 이상 손해를 보고 애플에 물건을 넘길 수 없다는 인식이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본의 도시바 등 글로벌 협력업체들은 계속 되는 애플의 단가 인하에 전전긍긍했다. 단가를 올려 받고 싶지만 애플의 바잉 파워가 워낙 막강하다 보니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협력업체들이 애플의 이 같은 부품조달 방식에 반기를 들면서 동시 다발적으로 단가 인상을 들고나왔고 애플도 결국 이 같은 움직임을 수용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덧붙여 이들 글로벌 협력업체는 애플식 노예계약서로 불리는 납품계약서도 수정하는 등 애플을 압박하는 상황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애플의 부품조달 방식이 붕괴 직전에 처해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 업계 고위 관계자는 "예전에는 수요자(애플) 위주의 시장이었는데 최근에는 경기 불황 등으로 공급자(부품업체) 시장으로 바뀌고 있다"며 "수요를 바탕으로 단가를 후려치는 애플의 부품조달 방식이 근본적으로 변화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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