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日 바둑영웅전] 참을 자리 제4보(71~100) 원래 혼전은 조훈현의 전문 영역이다. 오죽하면 그에게 새로 붙은 별명이 전신(戰神)일까. 그러나 이 바둑을 관찰한 검토실의 고수들은 혼전 솜씨에 있어서 송태곤이 조훈현을 능가한다는 진단을 내렸다. 흑79라는 완착과 백80이라는 정확한 급소 선점을 가리키며 한 말이었다. 흑79로는 우선 참고도의 흑1로 두는 것이 올바른 수순이었다. 백은 2로 뛰는 정도인데 그때 3에서 5로 두었더라면 바둑은 이제부터였다. 백84까지 놓이자 흑은 상변을 후수로 살지 않을 수 없고 대망의 요처인 86이 백의 권리가 되었다. 검토실에서는 백이 승기를 휘어잡은 것 같다고 말하고 있었는데 정작 송태곤은 여전히 자기가 불리하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우변의 흑진이 37집 정도. 하변의 흑진이 5집. 상변이 4집으로 흑의 확정지는 46집이다. 백은 좌변이 22집 좌상귀가 20집으로 합계 42집이라는 것이 검토실의 계산이었다. 그렇다면 백이 자중할 법도 한데 송태곤은 흑89에 곱게 받아주지 않고 90으로 역습을 감행했고 여기서 큰 패가 발생했다. “공연한 객기요 혈기다. 참을 자리에서 화를 내다니.” 검토실의 서봉수9단이 탄식조로 한 말이었다.(96…93의 왼쪽) /노승일ㆍ바둑평론가 입력시간 : 2005-01-31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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