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스레 죄송한 마음에 부모님을 위해 간병보험을 하나 들기로 마음먹었다. 퇴근 길에는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반조리 식품 위주로 장을 볼 계획인데, 시간이 안 나면 온라인 쇼핑몰에서 그냥 주문할 생각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1인 가구 비중은 지난 1990년 9.0%에서 2010년 23.9%로 크게 늘었고, 오는 2035년에는 34.3%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1인 가구가 늘어나는 만큼 우리 경제의 모습도 바뀔 수 밖에 없다. 실제 소형 주택 공급은 늘고 있고, 가공 식품 시장과 가구 및 가전제품의 임대 시장도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또 고소득 1인 가구를 겨냥한 금융상품이 대거 선보이는 등 ‘솔로 이코노미(Solo Economy)가 점점 덩치를 불리는 상황이다.
6일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표한 보고서에는 이런 실상이 잘 드러나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1인 가구 시장을 선도하는 분야는 주택시장이다. 2000년대 후반 자산 버블이 걷히며 주거 문제가 사회 이슈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85㎡이하 소형 주택의 건설 인허가가 전년 동기 대비 10%이상 증가한 것이 단적인 예로 꼽힌다. 오피스텔ㆍ고시원 등이 준주택으로 지정되는 등 소형주택 관련 기준이 바뀐 것도 같은 흐름이다.
식품, 서비스 시장도 생활 생태계의 변화를 빨리 반영하는 분야로 언급됐다.
식품업체들이 가정 간편식 개발에 뛰어들고 있고, 외식업체에서 취급하는 테이크 아웃 음식의 가짓수도 늘었다. 지난 2011년 즉석밥 매출은 전년 대비 무려 35%가량 증가했다.
가전 등 생활용품 시장의 패러다임도 구매에서 렌탈(임대)로 바뀌고 있다.
렌탈 시장 규모는 지난 2006년 3조원에서 지난해 10조원으로 불었다. 과거에는 기껏해야 정수기, 비데 등이었지만 이제는 커피머신, 노트북, 청소도구까지 빌려 쓰는 세상이 된 탓이다. 금융분야는 1인 가구 시장에서 후발 주자로 분류된다.
그나마 고소득(연 4,000만원 이상) 1인 가구 약 13만 가구를 겨냥해 대출상품, 신용카드 등을 출시하는 정도이기 때문이다. 우수고객 확보 관점에서 소비여력에 초점을 맞춘 마케팅에 그치고 있다는 게 연구소의 분석이다. 다양하게 나눠질 수 있는 1인 가구의 특성에 맞춘 차별적 요소가 많지 않다는 얘기다. 이혼 1인 가구의 경우 지난해 63만 가구에서 지속 증가할 것으로 보이지만, 사회적 인식 등으로 금융관련 서비스는 표면화되지 못하고 있는 점이 지적됐다. 서정주 연구위원은 “홀로 노후를 준비하는 1인 가구의 자산관리와 재테크 필요성은 다인 가구보다 절실해 관련 서비스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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