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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산업 인수전이 가열되면서 대주주인 미래에셋그룹의 향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래에셋은 금호산업 지분 8.83%를 보유, 채권단(57.6%) 중 가장 많은 주식을 갖고 있다.
산업은행의 한 핵심관계자는 8일 "금호산업 인수에 호반건설과 4곳의 사모펀드가 참여해 박삼구 회장과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미래에셋이 어떤 선택을 할지가 주요한 변수"라며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친밀한 관계인 박삼구 회장에 지원을 결정하면 인수전은 싱겁게 끝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현주 회장은 박삼구 회장의 광주일고 후배로 지난 2006년 금호가 대우건설을 인수할 때도 최대 재무적 투자자로 백기사 역할을 한 바 있다. 금호산업 지분도 이 과정에서 취득했다. 기업 인수합병(M&A)업계는 미래에셋이 금호에 자금 지원을 해도 어차피 금호산업 매각대금 중 일부가 다시 들어오기 때문에 양측이 다각적 사업협력을 고리로 소위 '박-박 연대'를 재가동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미래에셋은 일단 일부 채권단의 반발 등을 고려해 '중립' 입장을 표명했다. 미래에셋 고위관계자는 이날 "금호산업 매각 과정에서 어느 쪽 편에도 서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금호그룹과 미래에셋 간 물밑 접촉이 다양하게 진행됐지만 미래에셋이 '중립'을 내세운 것은 금호산업 인수전이 박삼구 회장 측에 유리하게 진행될 것인데 굳이 개입해 오해를 살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 채권단의 한 고위관계자는 "금호산업은 국적항공사인 아시아나를 지배하고 있어 금융당국은 물론 국토교통부 등 정부의 정책적 입장이 중요하다"며 "경영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기업이나 펀드에 넘기긴 어렵다"고 말했다. 장기간 연세대 총동문회장을 지낸 박삼구 회장이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해 서승환 국토부 장관, 임종룡 금융위원장 내정자 등의 연대 경제학과 선배로 돈독한 관계를 맺고 있는 점이나 내년 총선을 앞둔 정치적 지형도 미래에셋이 금호그룹 지원에 적극 나설 필요는 없다는 결정을 한 또 하나의 배경으로 알려졌다.
한편 금호산업 매각에 호반건설과 MBK파트너스·IBK펀드·자베즈파트너스·IMM펀드 5개사가 입찰적격자로 선정돼 9일부터 5주간 예비실사가 진행되며 4월 말을 전후로 인수 우선협상자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박삼구 회장이 우선매수권을 보유해 우선협상자가 제시한 인수액보다 1원만 많아도 금호산업을 되찾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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