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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기에 선 남북 관계

한반도의 안정과 화해무드 조성을 위한 남북한 양측의 실무대표 접촉이 지금 금강산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실무대표 접촉은 제7차 장관급회담 서울개최를 위한 사전 조율 성격을 띄고 있다. 지난 4월 임동원 특사 방북 후 4개월만에 재개되는 이번 실무대표 접촉에서는 장관급회담의 개최시기와 의제를 집중 논의한다. 특히 올 추석(9월21일)을 전후한 이산가족 방문단 교환을 비롯, 남북철도ㆍ도로 연결 및 군사당국자 회담 개최 추진 등도 의제속에 포함될 것으로 전망돼 남북관계는 특별한 변수가 돌발하지 않을 경우 급 물살을 탈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강산의 실무대표 접촉에 대한 기대가 특별한 것은 북한측이 먼저 회담을 제의 해 왔다는 점에서다. 지금까지는 남한측이 제의를 하고 북한측이 마지못해 응하는 형식이었으나 이번에는 반대다. 우리로서는 지난 6월말 서해교전으로 촉발된 국민들의 대북 강경기류로 북한과의 관계 개선은 당분간 물건너 간 것으로 생각했었다. 따라서 대북 쌀 지원이라던가 비료 지원 등 인도적 차원에서의 각종 대북 정책도 보류된 상태였다. 그런데 북한측이 갑자기 서해교전에 대한 유감을 표명, 대화를 촉구하면서 빗장이 열리게 된 것이다. 북한측의 입장에서 본다면 무척이나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북한의 경제사정이 절박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북한은 현재 경제난 타개를 위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개혁에 앞장서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회주의 체제를 고수하면서 동시에 시장경제를 도입하는 중국의 초창기 개혁ㆍ개방정책과 비슷한 내용이다. 이에 따라 '중앙집권적 명령형 계획경제' 체제가 수정돼 생산과 관리권한이 지방이나 하부기관으로 대폭 이양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자본이 열악, 경제개혁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 만성적인 쌀 부족이 북한을 내부적으로 옥죄고 있는 것이다. 결국 해외투자 유치가 관건인데 이를 위해서는 한국과 손 잡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백남순 북한 외무상이 지난 1ㆍ2일 양일간 브르나이에서 열린 아세안지역 안보포럼(ARF)에서 보인 행보도 최근의 북한 움직임과 무관하지 않다. 백남순이 파월 미 국무장관을 비롯, 가와구치 요리코(川口順子) 일 외무성장관과 전격 회동을 가진 것 등은 북한이 국제무대에 본격 진출하겠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대북 지원은 순리대로 하되 따질 것은 따져야 한다. 서해교전과 관련해서는 어떤 형태로든 책임자 처벌과 재발방지의 보장이 필요하다. 북한도 '햇볕정책'의 당사자인 김대중 정권이 임기말임을 감안, 이번에는 무엇인가를 내놓아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지속적인 지원을 어렵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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