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구에서 또래의 괴롭힘을 견디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중학생 A군의 사례를 시작으로 학교폭력의 실상이 드러나는 가운데 그 중심에 각 학교별 일진회가 있다는 경찰의 지적으로 '일진'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커지고 있어서다.
대표적인 사례가 일진그룹이다. 이 회사는 '일진'이라는 단어를 그룹 이름으로 사용한 탓에 원래의 뜻과 달리 좋지 않은 이미지로 비춰질까 내부적으로 고민 중이다. 회사 관계자는 "그룹명인 일진은 날 일(日)에 나아갈 진(進)을 써 '하루하루 발전한다'는 뜻으로 허진규 회장이 직접 지은 것"이라며 "나름 좋은 뜻인데 학교폭력으로 이미지가 많이 훼손됐다"고 설명했다.
올해로 창립 44주년을 맞은 이 회사는 일진전기와 일진머티리얼즈, 일진디스플레이 등을 포함해 12개사를 주요 계열사로 두고 있는 첨단부품소재 전문기업이다. 지난해 그룹 총 매출만 2조5,000억원에 달한다.
이 회사의 고민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90년대 '일진회'라는 단어가 처음 등장했을때도 '학교폭력을 연상시킨다'는 안팎의 시선을 견뎌야 했던 것. 이에 대해 회사측은 "예전부터 내부에서는 우스갯소리로 우리는 기술의 '일진(최고)'이 되면 되지 않겠냐는 말도 한다"며 "이미 주요 계열사들이 짧게는 10년, 길게는 20~30년된 기업들로 이름 자체의 역사가 깊은 만큼 그룹명을 바꾸거나 할 계획은 없다"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