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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기인 취·창업 전담 기구… 고용창출원 등 설립도 필요
대학서 창업 실험 할수 있게 '기업가 정신 팩토리' 설치
산학협력허브센터 등 구축… 퇴직 기술인 경험도 활용을
"과학기술 연구개발(R&D) 예산이 연구시설과 장비 등에 지나치게 집중돼 고용을 창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R&D 사업비 중 인건비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48.2%인데 반해 우리는 28%에 불과합니다. 이를 늘려야 합니다."
"대학내 창업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고용창출원이나 산학협력허브센터 등을 설치해 과학기술인의 일자리를 만들어야 합니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는 지난 29일 서울 한국과학기술회관 국제회의장에서 '과학기술을 통한 일자리 창출 정책 방안'을 주제로 제45회 과총 포럼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과학기술인들은 정부 R&D 예산 정책의 근본적인 변화를 주장하는 등 다양한 정책적 제안을 내놨다.
◇정부 R&D 정책 변화 필요=민철구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 R&D 사업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제목의 기조발표를 통해 "2009년 기준으로 전체 일자리 개수의 6.7% 수준에 불과한 157만개가 과학기술 분야의 일자리다. 선진국이 10~13%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비율은 절반 정도다"라며 우리의 과학기술인 일자리 상황을 중진국 수준으로 평가했다. 그는 "무엇보다 정부의 R&D 예산 정책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며 대안으로 ▦민간 R&D 투자 촉진을 위한 고용유발 ▦공공 R&D 성과의 기술사업화 및 서비스 강화 ▦신성장동력 육성을 통한 고용창출 등을 제안했다.
구체적으로 정부의 R&D 예산 중 인건비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의 R&D 사업비 중 인건비 비중을 현재의 28% 수준에서 50%까지 확대해야 한다"며 "중소기업이 연구개발을 위한 연구지원전문가를 고용할 때 정부의 R&D 예산을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 R&D 사업에 선정되기 위한 과제 채택 요건 중 일자리 창출 요소의 비중을 높이는 것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5% 이하로 반영하는 비율을 응용 및 개발 성격의 정부 R&D 과제 선정시 최소 10%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R&D 사업에 따른 연구 과제가 진행되면서 자연스럽게 연구인력의 고용이 창출돼 흔히 말해 놀고 있는 석ㆍ박사들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고용창출원 등 기구 설립 주장도=과학기술인을 위한 취업ㆍ창업 기구를 설립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기석 한국창업보육협회 부회장은 '대학ㆍ출연(연) 창업'을 주제로 한 발제문에서 가칭 '고용창출원' 설립을 제안했다. 과학기술인들은 물론 일반인들의 기술창업기업이 일시적 자금난에 처할 경우 자금을 지원하는 범정부적인 기구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고용창출원의 위상은 감사원이나 국가정보원과 같은 수준이어야 하며, 비단 자금지원뿐 아니라 기술창업기업을 성공의 길로 들어서게 하기 위한 다양한 지원을 해야 한다는 게 이 부회장의 주장이다.
그는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의 기술창업 활성화를 위해 친(親) 창업형 환경으로 산업 구조가 개편돼야 한다"고 진단한 뒤 ▦인력지원 ▦자금지원 ▦마케팅지원을 고용창출원의 구체적인 활동 방안으로 지목했다.
인력지원을 위해서는 과학기술계 은퇴자 및 경력자의 인력 정보 풀(pool)을 구성해 취업 및 창업에 도움을 주고, 초기 창업 자금에 대한 비용을 보조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자금 및 마케팅지원의 경우 기술창업 벤처기업들이 흔히 어려움을 호소하는 해외 판로 개척 및 마케팅 지원을 위한 네트워크를 구축해 고용창출원이 장기적으로 과학기술인은 물론 청년과 노년층 인력난까지 해소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외에 그는 앞으로 성공가능성이 큰 '스타창업기업'을 3년간 5,000개 가량 육성하면 5만명의 과학기술인을 위한 고급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과기인 활용 방안 모색해야=기본적으로 청년 창업의 길을 터줘야 하며 그와 관련한 구체적 공간을 대학 내에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청년 기업가인 박수왕 소셜네트워크 대표는 "대중적인 장소에 청년 기업가를 위한 공간이 마련돼야 한다. 공간에 구애 받지 않는 사이버대학을 설립하고, 청년들이 학부 또는 대학원 과정에서 연구한 내용들을 기초로 다양한 창업 실험을 해 볼 수 있는 이른바 '기업가 정신 팩토리(factory)'를 대학내에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의 '키자니아(직업체험 테마파크)'와 같은 다양한 직업체험을 위한 시설을 활용한 사례를 참고해 과학기술인들이 기업가정신을 체험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현실에 맞게 개선돼야 하는 것은 물론 과학기술 인력을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원철 숭실대 산학협력단장은 '산학협력허브센터' 설치를 주장한 뒤 "퇴직한 기술인들의 현장경험과 노하우를 활용한 현장교육이 각급 학교에서 활성화돼야 한다"며 "전국 초ㆍ중ㆍ고에 전문직종으로 연구교원을 임용하면 약 1만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정재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연구위원은 최근 저출산 고령화에 따라 인력 양성만을 생각하는 방식에서 인력의 활용으로 사고의 변화를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과학기술 공적개발원조(ODA) 추진에 있어 전문인력으로 고경력 과학기술인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며 "그렇게 되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가진 우리 인력들의 자긍심이 고취되고 수혜국과의 인적 신뢰도도 제고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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