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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향잃은 벤처 M&A 열풍
입력2003-01-08 00:00:00
수정
2003.01.08 00:00:00
게임업체인 A사는 사장 개인이 5억원을 투자해 설립한 두살배기 회사다. 설립 1년 만에 시범서비스에 들어간 게임은 회원수가 수만명에 이를 정도로 경쟁력을 확보했다.
하지만 치열한 시장경쟁에서 한계를 절감한 이 회사 B사장은 결국 회사를 팔기로 결심했다. 회사매각을 위해 몇개 경쟁업체를 접촉해본 B사장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지금까지 들어간 돈만 달라고 해도 사겠다는 업체가 없었기 때문이다.
B사장은 "손해를 보면서라도 팔려고 해봤지만 도무지 사겠다는 사람이 없다"며 "그냥 사업을 접어버릴까 생각했지만 직원들과 게임이용자들이 눈에 걸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털어놓았다.
최근 벤처업계 최대의 화두는 단연 인수합병(M&A)이다. 지난해 말 새롬기술이 프리챌 인수를 결정한 이후 최근에는 한가닥하는 벤처들인 C사ㆍD사 등을 둘러싼 빅딜 소문이 계속 나돌고 있다. 겉으로는 인수합병 열풍이 벤처업계를 강타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적으로는 말만 무성하다. 사겠다는 사람이 줄을 선 C사 등은 굳이 인수합병을 택하지 않아도 먹고 사는 데 지장이 없는 회사들이다. 대주주들이 지분을 넘길 의사도 별로 없어 인수합병 가능성이 낮다.
정작 인수합병만이 살 길인 중소 벤처들에게는 아무도 손길을 내밀지 않고 있다. 자연히 매물만 늘어나고 있을 뿐 실거래는 거의 없다.
이른바 '빅딜'에만 목을 메는 벤처들의 태도를 비난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경기 침체기에 거액을 들여 다른 회사를 인수하기가 쉽지 않은 데다 인수합병에 대해 근본적으로 부정적인 투자자들을 설득하는 것도 만만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커버린 우량기업에 대한 인수합병은 투자메리트가 적을 뿐만 아니라 단순한 '머니게임'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어느 정도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미래가치에 투자할 수 있는 용기가 진정한 벤처정신이라고 본다.
플레너스의 넷마블 인수사례는 현재 M&A를 추진하고 있는 기업에 좋은 교훈이 된다. 플레너스가 지난 2001년 인수할 당시 넷마블은 매출 6억6,000만원에 7억원의 적자를 보는 보잘 것 없는 회사였다.
하지만 인수 1년여 만에 넷마블은 270억원의 매출에 160억원의 당기 순이익을 달성하는 알짜기업으로 성장했다. 위험이 큰 만큼 돌아오는 과실도 달콤하다는 진리를 말해주고 있는 셈이다.
김한진<정보과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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