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업계가 경제민주화 옥석 가리기에 나섰다. 당면한 납품단가 후려치기 근절 등 '경제 3불(不) 해소'에 주력해야지 임금ㆍ노동ㆍ환경ㆍ지배구조 문제 등 경영환경 전반으로까지 경제민주화 진의가 왜곡돼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서다.
중소기업중앙회는 벤처기업협회ㆍ이노비즈협회ㆍ한국여성경제인협회 등 7개 중소기업단체와 중소기업계ㆍ학계가 폭넓게 참여하는 '경제민주화 실현 범중소기업협의회'를 구성했다고 17일 밝혔다. 범중기협은 ▦납품단가 현실화 ▦일감 몰아주기 근절 ▦갑을(甲乙)문화 개선을 '3대 과제'로 선정하고 산하에 ▦동반성장추진위 ▦일감몰아주기해소추진위 ▦유통관행개선위 등 3개 분야별 특별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했다.
동반성장추진위에서는 납품단가 현실화와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을, 일감몰아주기해소추진위에서는 일감 몰아주기 근절대책을, 유통관행개선위는 갑을문화ㆍ밀어내기 관행 해소 등을 각각 맡게 된다. 협의회 공동대표로는 중기중앙회 부회장인 이재광 한국전기공업협동조합 이사장, 박주봉 한국철강구조물공업협동조합 이사장, 학계에서는 한국중소기업학회 회장인 이윤재 숭실대 교수가 선임됐다.
중소기업계가 이처럼 협의회를 구성한 것은 경제민주화 실현을 위해 '경제 3불(거래의 불공정, 시장의 불균형, 제도의 불합리) 해소에 총력을 모으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정치권 일각에서 경제민주화 핵심법안 처리와 관련해 중소기업 경영환경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년연장과 통상임금 문제, 노동ㆍ환경 문제까지 결부시키고 있는 데 대한 우려가 팽배하기 때문이다.
실제 새 정부 들어 국회가 앞장서서 경제민주화 추진을 위해 징벌적 손배소, 협동조합 납품단가 조정협의권 부여를 주요 내용으로 한 하도급법 개정안을 법제화했다. 또 지난 5월 여야는 6월 국회에서 부당한 일감 몰아주기 및 물량 밀어내기 규제 등 경제민주화 법안을 우선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최근 경제민주화보다는 기업규제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중소기업계도 반대하는 과잉입법'이라는 견해가 나오고 급기야 '속도조절론'마저 제기됨에 따라 중소업계의 숙원인 경제 3불 해소 논의가 뒷전으로 밀리는 게 아니냐는 걱정이 커졌다.
중기중앙회의 한 관계자는 "경제민주화 논의가 거래관행에서 경영환경으로까지 확대되면서 옥석을 가리기 힘든 상황이 됐다"면서 "중소기업계가 바라는 경제민주화가 무엇인지 명확히 할 필요가 제기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협의회 구성은 경제민주화 개념의 확대·왜곡화 논란을 종식시키고 올바른 경제민주화 실현을 위해 중소기업계 내 단일협의체가 필요하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범중기협은 향후 대ㆍ중소기업이 공존할 수 있는 조화로운 시장생태계 구축을 위해 범중소기업 차원에서 경제민주화 추진 상황을 평가하고 대국회ㆍ정부와의 소통채널 역할을 수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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