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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음악/한명희 국립국악원장(로터리)
입력1997-10-18 00:00:00
수정
1997.10.18 00:00:00
한명희 기자
인위적인 환경 속에서 조성된 인간의 독선과 아집 때문에 우리는 종종 우리 주변의 자연환경을 한갓 무기물처럼 치부하기 일쑤다. 그러나 자연계를 조금만 세밀히 관찰해보면 이는 온통 신비덩어리가 아닐 수 없다. 곤충의 세계도, 미물의 세계도, 식물의 세계도 그러하며 여기 음악의 세계도 예외가 아니다.누구나가 음악이라면 귀에 들려오는 청각의 세계만을 연상한다. 하지만 자연계의 물리적 현상은 그렇지가 않다. 익히 알고 있듯이 물체가 떨리면 소리가 난다. 그런데 인간의 귀가 들을 수 있는 소리의 범위는 16사이클부터 2만사이클까지다. 이 범위를 넘어서면 우리는 아무 소리도 듣지 못한다.
지금 이 조그마한 실내공간도 온갖 소리의 홍수들로 가득 차 있다. 어쩌면 태양이 폭발하는 소리, 지구가 자전하는 소리, 태평양 속에 용암이 분출하는 소리 등이 천둥치듯 몰아붙이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고요한 정적을 느끼고 있을 뿐이다. 인간의 가청범위가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비둘기는 높은 사이클도 감지한다고 한다. 만약 시청앞 비둘기들에 3만사이클로 발진하여 확성기로 틀어주면 그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굉음에 혼비백산 날아간다.
하지만 우리는 고요한 오후의 정적을 느끼며 아무 소리도 못 들은 양 유유히 지나칠 뿐이다. 가끔 단신에 보면 지진이 있을 때면 며칠 전부터 원숭이나 판다 등이 안절부절 못한다고 한다. 필시 그들만의 청각구조에 의해 재앙을 수반하는 땅 속의 그 지진소리를 미리 듣고 불안에 떠는 것임이 분명하다.
해안가의 사람에겐 두통이 많다고 한다. 파도의 음파 때문이란다. 나팔꽃 같은 덩굴풀들에 시끄러운 음악과 화평한 음악을 양쪽에서 틀어주면 화평한 음악 쪽으로 줄기를 뻗어간다고 한다. 아예 요즘에는 음악의 신비한 작용을 이용해서 병을 치료하기도 한다.
음악은 생각할수록 신비덩어리가 아닐 수 없다. 오죽하면 피타고라스는 음악을 우주의 조화라고 했으며, 6세기의 뵈티우스는 「우주음악」이라는 말을 썼고, 동양의 장자는 하늘의 음악(천락)이라고 했으며, 노자는 참으로 위대한 음악은 소리가 없다(대음희성)고 했겠는가.
감각적이고 자극적인 음악들만 횡행하는 우리네 소리세계는 과연 또 어떠한 사회병리를 야기시키고 말 것인지 크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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