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서울 을지로 기업은행 본점 로비. 이날은 소속 여자배구단 IBK기업은행 알토스의 우승 축하행사가 열렸다. 행사 중반께 흔치 않은 장면이 연출됐다. 배구단 주장인 이효희(사진) 선수가 연단에 올랐다. 조준희 기업은행장은 이 선수에게 '정규직 특별채용증서'를 전달했다. 이 선수는 현역생활이 끝나면 정식 은행원으로 제2의 삶을 살게 된다.
창단 2년 차인 신생팀이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것도 처음 있는 일이지만 운동선수가 은퇴 후 정규직으로 모기업에 채용되기도 사상 처음이다.
이 선수는 안정적인 일자리가 생겼다는 기쁨에 앞서 큰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운동선수에게 또 다른 기회를 준 구단에 감사하다"며 "제가 잘해야지 후배들에게도 같은 기회가 주어질 테니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운동선수, 특히 여자 운동선수들에게 은퇴 후 진로는 불투명하다. 남자 선수들은 지도자로 새 출발하는 경우가 많지만 여자 선수들은 결혼하며 선수생활을 접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선수는 "운동을 할 수 있는 시기가 짧아 대부분의 여자 선수들은 은퇴하면 결혼하고 살림에 매진하게 된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많은 구단들이 운동선수들의 은퇴 후 삶에 대해 도움을 주는 일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의욕도 넘쳤다. 이 선수는 "배구 말고는 아는 게 없지만 머리가 나쁜 사람은 운동도 못한다고 생각한다"며 "지금부터 차근차근 예비은행원으로서 준비를 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선수는 아직 은퇴 시점을 잡지 않았다. 그는 "은퇴는 생각해보지 않았고 다시 한번 우승을 해야 한다는 생각뿐"이라며 "마치 자기 일처럼 기뻐해준 동료들을 생각해서라도 알토스가 우승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배구에 입문, 한일전산여자고등학교를 졸업한 이 선수는 대전 KT&G 아리엘즈, 인천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를 거친 후 화성 IBK기업은행 알토스 창단멤버로 합류했다. 국가대표팀 세터로도 활동했으며 2009년에는 NH농협 V리그 여자부 정규시즌 세터상을 수상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