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환매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코스피 지수가 1,700포인트선을 넘어서면서 주식형펀드의 환매가 확대되자 투신권은 현금을 마련하기 위해 주식을 내다팔고 있다. 따라서 증시 수급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주식형 펀드 환매 규모라고 할 수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미 환매가 많이 이뤄진 만큼 앞으로는 환매 물량이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라며 "투신권의 주식 매도 규모도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앞으로도 상당 규모의 환매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외국인 순매수가 조금이라도 둔화될 경우 투신권의 매도가 증시에 단기 조정을 가져올 것"이라는 반론도 제기된다. ◇5월에도 펀드환매 계속될 듯= 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4월 들어 지난 29일까지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빠져나간 금액은 3조9,416억원에 달한다. 월별 기준으로는 올 들어 최대 규모다. 상장지수펀드(ETF) 물량까지 합칠 경우 환매 금액은 4조2,926억원까지 늘어난다. 투신권은 펀드환매로 현금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 4월 한달 동안 3조6,737억원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펀드환매금액과 비슷한 규모로 주식을 내다 판 셈이다. 증시전문가들은 5월중 코스피지수가 최소한 1,700포인트 이상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펀드환매도 멈추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따라서 이달에도 투신권의 매도와 외국인의 매수가 팽팽한 힘겨루기 양상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서동필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코스피지수 1,700포인트 이상 수준에서 남아 있는 펀드 환매 대기 물량이 20조원 이상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이달에도 투신권은 순매도에 치중할 것"이라며 "이는 5월 증시에 부담스런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매도 강도에 대해선 의견 엇갈려= 증시전문가들은 이달에도 펀드환매 및 투신권의 매도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데에는 동의하면서도 환매 규모나 증시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엇갈린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지금까지 상당한 규모의 환매가 이뤄졌기 때문에 투신권의 매도가 이달부터 다소 주춤해지고, 증시의 수급 상황도 개선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유수민 현대증권 연구원은 "지난 해 연말을 기준으로 1,700~1,800포인트 사이에서 대기하고 있는 펀드 환매 대기 물량이 7조3,000억원 정도였으나 대부분 환매가 이뤄져 지금은 2조3,000억원 안팎 수준으로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에 따라 투신권의 매도공세도 지난 달보다는 주춤해지면서 주식시장의 수급에 다소 도움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상당 규모의 환매가 이뤄지면서 투신권의 주식 매도를 불러일으켜 증시 수급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신중론도 만만찮다. 서동필 연구원은 "투신권이 정보기술(IT)ㆍ자동차 등 몇몇 종목으로 투자대상을 극단적으로 압축하고 있다"며 "외국인도 몇몇 종목에만 매수세를 집중하는 만큼 펀드환매가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치환 대우증권 연구원도 "적립식 펀드의 경우 코스피지수 1,800포인트 이하에서의 환매대기 물량이 예상보다 많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펀드 환매보다는 외국인들의 순매수 지속 여부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외국인의 순매수에 힘입어 5월에도 주가 상승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며 "다만 외국인 매수세가 약화되고 펀드 환매가 부각될 경우 지수의 변동폭이 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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