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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상장기업의 베짱이 근성

오늘도 베짱이는 개미를 찾아왔다. 돈 좀 꾸어달라는 부탁을 하기 위해서다. 개미는 쌈지 돈을 내줬다. 베짱이는 사정이 나아지면 반드시 갚겠다는 약속을 했다. 이렇게 해서 베짱이가 동네 사람들에게 진 빚도 점점 늘어만 갔다. 어느날 베짱이의 낡은 바이올린이 고가에 팔렸다. 돈도 새로 생겼다. 하지만 베짱이는 돈을 갚기는 커녕 갚을 능력이 충분하니 돈을 더 빌려 달라며 개미와 동네 사람들을 채근했다. 베짱이의 빚은 다시 불어나기 시작했고 마침내 거리에 나앉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상장기업의 현실은 베짱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90~95년 자산재평가를 실시한 상장기업들의 부채비율은 이전 379%에서 203%로 대폭 줄어들었다. 하지만 늘어난 자기자본을 빚 상환 등 기업의 재무구조 개선에 사용치 않고 이를 담보로 신규차입을 늘려 나갔다. 재평가 3년 뒤 부채비율은 312%를 기록하며 이전과 별반 달라진 것이 없게 됐다. 모기업의 경우 자산재평가로 부채비율이 494%에서 242%로 두배 이상 감소했으나 이후 신규차입 규모가 확대되면서 3년 뒤에는 부채비율이 2,400%를 넘어서기도 했다. 평가이익을 이용해 돈을 더 빌린 셈이다. 이들 기업의 신용도와 주가가 함께 곤두박질 친 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일부 기업은 부도로 쓰러져 화의개시 및 정리절차를 밟고 있다. 남의 돈을 내 주머니 돈으로 생각하고 방만하게 기업을 경영한 결과이며 이 또한 자업자득(自業自得)이다. 반면 자산재평가를 통해 이전의 부채 규모를 대폭 축소시키는 등 기업구조 개선을 통해 클린 컴퍼니(CLEAN COMPANY)로 거듭나는 회사도 있다. 이들 회사의 주식이 진주 속 보물로 평가 받으며 오름세를 나타내는 것은 당연하다. 내재가치와 재무구조가 양호한 기업을 시장 참여자들이 놓칠 리 없기 때문이다. 21세기 기업경영은 새로운 경영철학과 패러다임을 요구한다. 남의 돈을 마구 끌어들여 사업확장에 나서는 못된 버릇은 청산되야 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는 국내시장을 바라보는 외국인들의 눈이 어느 때보다 날카롭다. VICSJ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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