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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한보비호 세력(사설)
입력1997-02-22 00:00:00
수정
1997.02.22 00:00:00
한보비리에 대한 검찰수사는 예상됐던 대로 축소수사로 끝나가고 있어 의혹의 꼬리는 그대로다. 의혹의 핵심인 외압의 실체를 밝혀내지 못했을 뿐아니라 광범위한 비리의 본질에 접근조차 못했기 때문이다.더욱이 한보철강의 경영실태, 건설과정,자금투입내용, 자금의 유용내역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며 정부의 책임소재도 덮여졌다.
따라서 수사를 하는 것 같았지만 보이지 않는 한보비호세력에 의한 한보살리기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한보비호세력이 작용하고 있지 않나 하는 의혹은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우선 한보부정대출과 관련, 검찰에 구속된 한보사람은 정태수씨등 2명 뿐이다. 로비의 핵심고리인 정보근씨는 수사가 한창 진행중 뒤늦게 소환됐으며 그나마 불구속으로 풀려났다.
또 비자금 관리의 비밀을 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친·인척은 아예 찾거나 소환조차 하지 않았다.
이는 한보의 기업활동에 지장이 없도록하기 위한 배려(?)라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둘째 검찰의 수사가 매듭되기도 전에 한보살리기 지원책이 구체적으로 거론되었다. 한보철강에 대한 시설·운영 자금이 제대로 투입되었는지, 앞으로 얼마가 더 들어가야 하는지, 그리고 경제성이 있는지 정확히 따져보지도 않고 은행추가 지원론부터 튀어 나왔다.
포철 경영진단팀의 보고에 따르면 2조원 가량이 과투자 되거나 유용되었으며 완공하려면 2조원정도 더 투자해야 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 엄청난 자금을 은행이 추가 지원한다면 한보는 살지만 은행은 파산하게 될 것이다. 한보철강을 살려야 한다면 한보계열사를 정리하거나 부동산을 파는 조치가 선행되어야 순리인데 그 일은 거론조차 없고 은행이 지원하라는 뜻은 한보의 독자경영을 도와주려는 의도가 분명해 보인다.
셋째 한보그룹에 대해 그 흔한 세무사찰이나 재산압류 같은 조치가 없는 것도 한보살리기 의혹을 짙게 한다. 비리사건이 터지면 통상적으로 계열사까지도 세무조사를 하고 자금추적, 재산보전 조치를 해 왔다. 그러나 이번에 한보는 그 통상적인 조치에서 피신, 계열기업 대부분이 부도도 나지 않고 건재하다. 특히 철강 건설자금을 빼돌려 인수한 기업까지도 끄떡없다.
과거 국제상사 명성 경남기업은 공중분해 되었었는데 한보만은 다른 대우를 받고 있는 것이다.
넷째 정부관계자와 은행에는 정책판단·사업판단 잘못, 그 잘못을 묵인하거나 방조한 책임이 적지 않은데도 「책임없음」으로 덮고 넘어갔다. 한보철강의 타당성·사업전망·투자관리를 소홀히 한 것은 정책실패아니면 업무상 배임이 아닐 수 없다. 은행감독원에도 책임을 묻지 않았다.
또 검찰수사가 거의 정씨의 진술에 의존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다보니 정씨의 입놀림에 따라 정·관계가 춤을 추었던 꼴이다. 정씨가 재산보전을 안해주면 모두 털어버리겠다고 큰소리 쳤다는 설도 있는 마당이어서 정씨의 입이 무서워 비호세력이 조직적으로 한보 봐주기를 위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한보비리의 마무리는 이런 의혹해소가 선행되어야 한다. 한보철강의 정상화도 의혹의 해소없이는 후유증의 꼬리가 길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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