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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사태 장기화가 주인/주가 5년만에 5백선에… 원인·전망

◎환율급등… 외국인투자가 이탈 가속/부도공포 해소 안될땐 500선도 위협연쇄부도의 공포감으로 주가가 급락세를 보이면서 5년만에 주가지수가 5백포인트대에 진입했다. 16일 주식시장은 거의 전종목에 대한 투매가 벌어져 상승종목 79개의 10배인 7백70개 종목이 하락했으며 이 가운데 1백71개가 하한가까지 떨어졌다. 이로써 주식시장은 지난 8월11일 7백65.07포인트에서 이날까지 2개월남짓만에 1백85.82포인트(24.3%)나 급락했다. 특히 이날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던 주가지수 6백포인트가 힘없이 무너지자 『무조건 팔고보자』는 심리가 확산돼 주가하락을 부추겼다. 이로인해 앞으로 주가지수가 얼마나 더 떨어질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주식시장이 자생력을 완전히 상실한 상태이며 이대로 가면 주식시장 기반마저 붕괴될 것』이라는 위기감도 높아지고 있다. 이처럼 주식시장이 붕괴위기에 처하게 된 원인은 ▲기아파문 장기화 ▲연쇄도산 지속 및 금리상승 ▲환율상승과 외국인매도세 ▲비자금 파문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처럼 주식시장에 악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은 여러가지로 지적할 수 있지만 실은 같은 문제에서 파생된 것이다. 지난 7월15일 제일은행이 기아그룹을 부도유예협약 적용대상 기업에 포함시키겠다고 발표하면서 불거진 기아파문의 장기화가 바로 그것이다. 이는 기아그룹에 막대한 자금을 빌려준 종금사의 돈줄을 막았고 자금사정이 빠듯해진 종금사들은 부채비율이 높은 기업들에 대한 대출금을 우선 회수해 이를 필요자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자금시장의 경색은 시중실세금리인 3년만기 은행보증 회사채 수익률을 기아파문이 있기 직전인 지난 7월14일의 11.87%에서 3개월만인 지난 15일 12.52%로 0.65%포인트나 상승시켜 가뜩이나 어려운 기업의 자금난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에따라 대기업에 이어 쌍방울, 태일정밀 등 중견기업들이 잇달아 도산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16개월 동안 약 16%에 달하는 환율상승으로 한국시장을 등지고 있는 외국인 주식투자가들은 연쇄부도위험에까지 직면하게 되자 주식 매도량을 늘리고 있다. 이들의 달러자금 해외이탈(8월∼10월15일까지 약 6억5천만달러)은 다시 환율상승을 부채질하는 악순환을 되풀이하고 있다. 외국인투자가들은 16일 한전과 은행주 등 무려 4백22억원의 주식순매도를 기록해 주가지수 6백선 붕괴와 하락폭 확대의 주범이 됐다. 최근 외국계 펀드들은 동남아주식의 폭락으로 입은 손실을 만회하고 환매요구에 응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주가가 덜 떨어진 국내주식을 지속적으로 팔아왔다. 일부 외국계 투자가들은 동남아경제의 침체로 일본뿐 아니라 한국경제가 악영향을 입을 것이라고 우려, 아시아권에 대한 주식투자비중을 낮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결사 역할을 해줄 것이라 믿었던 정치권도 해결은 고사하고 대권쟁탈을 위한 이전투구식 폭로전을 감행해 주식투자자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총재를 검찰에 고발하는 등 비자금파문이 확대일로를 달리고 있어 이에따른 계좌추적 우려 등이 투자자금을 주식시장으로부터 이탈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 큰 문제는 주식시장의 붕괴가 실물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입힐 수도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주가가 연이틀 급락하자 둔화조짐을 보이던 환율상승세가 외국인주식투자자금의 이탈 우려감으로 다시 가속되면서 16일 장중 한때 1달러당 원화환율이 9백15원대를 위협하기도 했다. 주가하락에 이은 환율상승은 결국 기업들의 외화차입금 이자부담을 가중시켜 우리경제의 주름살을 더욱 깊게 할 것이다. 증권전문가들은 『주가가 단기간에 급락하자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려 주식을 매입했던 투자자들이 담보부족에 처하면서 정리매물이 쏟아져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면서 『급락하는 주가지수가 5백50선에서 일차 반등을 시도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특단의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다면 5백선도 장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특단의 조치란 주식시장에 국한된 시장안정책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의 근본인 기아파문을 조기에 수습하고 자금부족에 직면한 종금사에 하루빨리 자금을 지원해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함께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금융실명제를 보완해 한시적으로 무기명 SOC채권의 발행을 허용하거나 주식상속에 대한 세율인하 등의 조치를 취해 지하자금을 양성화하고 내수경기를 진작시키는 정책을 취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만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최상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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