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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익을 외면한 국회
입력2004-01-09 00:00:00
수정
2004.01.09 00:00:00
정승량 기자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국회 비준이 일부 농촌 출신 국회의원들의 실력 저지로 또 무산됐다.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농민대표를 만나 FTA의 불가피성을 설득하고 국회를 방문해 협조를 당부하는등 국회 비준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부 농촌의원들의 단상 점거 등 물리력 행사로 표결조차 진행되지 못한 것은 심히 유감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총선을 앞두고 표를 의식해 농촌 출신 의원들이 반대입장을 취하는 것은 이해 할수 있다. 그러나 국가적인 현안을 놓고 물리적인 수단을 동원해 표결 자체를 방해하는 것은 국회 의원 스스로 민주주의의 근간이 다수결 원칙을 저버리는 행위이다. 각자 소신과 이해관계에 따라 의견을 개진할 기회를 충분히 가졌으면 표결과정을 거쳐 결과에 승복하는 것이 도리이다.
한,칠레 FTA에 대해서는 그동안 충분한 논의를 거쳤고, 무역으로 먹고 사는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FTA를 체결하는 것이 국익에 부합된다는 컨센서스가 이뤄진 상태이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200여개에 달하는 FTA가 발효중이거나 발효될 예정으로 있지만 세계 10대 무역국에 속하는 우리나라는 FTA 사각지대에 남아있다. 세계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가 세계화 국제화 조류에 얼마나 뒤지고 있는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물론 한.칠레 FTA의 경우 부분적으로 국내 농업의 피해가 우려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포도를 비롯해 피해가 우려되는 품목들에 대해서는 개방시기를 상당기간 늦추어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해 놓고 있다. 아울러 향후 10년간 119조원에 이르는 농업투융자계획을 통해 시장개방에 따른 농업부문의 피해를 보상하고 농업부문의 경쟁력을 높여나가기 위한 장기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한ㆍ칠레 FTA는 전체적으로 보면 우리나라의 대외이미지 개선은 물론 수출증대에 기여함으로써 국익증진에 도움이 되는 일이다. 만약 정부간에 체결된 협정이 국회 비준을 얻지 못해 효력을 발생하지 못한다면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는 개방의지가 없는 나라로 낙인 찍혀 수출활동에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대외신인도가 떨어져 현재 검토중인 일본 싱가포르등 다른 나라들과의 FTA 추진도 어렵게 될 것이다.
국익 차원에서 한.칠레 FTA는 하루속히 발효되어야 한다. 오는 2월 9일 필요하다면 경호권을 발동해서라도 한.칠레 FTA 비준을 위한 표결을 강행하겠다는 박관용 국회의장의 약속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FTA 조류를 외면하고서는 수출한국의 미래도 없다는 현실을 직시하고 결단을 내려야 한다.
<정승량기자 schu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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