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사태 등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이 심화하면서 안전 현상 선호로 지난달 은행권의 정기예금이 1년 만에 최대폭으로 늘어났다. 가계대출도 전달에 비해 3배로 늘어 가계대출 억제책의 약발이 다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7일 금융계에 따르면 국민ㆍ신한ㆍ우리ㆍ하나ㆍ기업 은행 등 5개 주요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달 말 현재 380조5,035억원으로 지난 9월 말보다 6조6,044억원(1.8%) 늘어났다. 이는 지난해 10월의 9조697억원 이후 1년 만에 가장 많이 늘어난 것이다. 이에 따라 5개 은행의 총수신은 773조1,905억원으로 9월 말보다 13조9,810억원(1.8%) 급증했다. 2월 14조8,837억원이 늘어난 후 8개월 만에 수신 증가액이 10조원을 넘어선 것이다. 특히 국민은행이 정기예금 금리를 9월 초 연 4.06%에서 지난달 중순 4.04%로 내리는 등 예금금리가 하향세임에도 시중자금이 은행 예금으로 몰려들고 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부동산 시장 침체와 증시 불안 등으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돈이 밀려오는 셈이다. 여기에 연 6~7%를 구가하던 대형 저축은행의 예금금리마저 이달 들어 4%대로 뚝 떨어지며 은행 예금으로의 유입 속도가 빨리졌다. 반면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대출 잔액은 690조7,052억원으로 9월 말보다 6조2,542억원(0.9%) 늘어났다.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기업 대출을 늘린 결과 지난달 5대 은행의 기업대출은 3조3,646억원(0.9%)이나 늘어 잔액이 378조4,992억원에 달했다. 국민ㆍ신한ㆍ우리ㆍ하나 은행 등 4개 은행의 소호(개인사업자)대출은 증가율이 무려 1.3%에 달해 기업대출보다 훨씬 높았다. 지난달 말 잔액은 87조8,339억원으로 1조1,204억원이나 늘었다. 은행의 가계 대출 증가율은 8월 금융 당국이 가계대출을 자제하도록 권고한 후 가계대출을 자제하면서 0.6%(1조7,451억원)를 기록했다. 하지만 9월 은행권 전체의 가계대출 증가액 6,235억원에 비해서는 3배 가까이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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