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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 소식이 보도된 19일 재계는 이로 인해 안보리스크가 기업경영에 큰 장애가 될 정도로 증폭될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극도의 긴장감 속에 하루를 보냈다. 주요 대기업들은 북한의 불안한 정국이 한국의 경제상황에 영향을 줄 경우 향후 경영환경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비상회의를 열어 대책마련에 나서는 등 바쁜 움직임을 보였다. 일부에서는 속보가 나온 직후 주가가 급락하고 환율이 급등하는 등 시장이 먼저 반응을 보이자 "혹시 뉴스에 나오지 않은 중대한 소식이 있기 때문에 시장이 들끓는 게 아니냐"며 민감한 반응을 나타내기도 했다. 특히 종합상사와 같이 외국 바이어들과의 거래가 끊이지 않는 기업들의 경우 거래선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전화통을 붙잡고 비지땀을 흘리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기업들은 대체로 오후 들어 침착함을 되찾고 경영현황 전반을 점검하는 등 침착하게 대응했으며 경제단체들도 흔들림 없는 경영활동을 강조하며 분위기 안정을 지원했다. 업종별로 보면 이날 가장 크게 놀란 분야는 종합상사다. 이날 오후 내내 해외 법인과 지점은 물론 바이어들의 전화가 쇄도해 종합상사의 전화통이 불이 났다. 4대 그룹 계열 종합상사의 한 관계자는 "한반도 안보에 대한 외국인들의 불안감이 의외로 크다"며 "한국과의 금융거래와 제품납기 등에 차질이 없겠냐는 바이어 질문이 이어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종합상사는 이날 오후1시 확대 임원회의를 연 뒤 2시 영업맨들에게 "각자 거래선을 안심시키라"는 업무지침을 하달했다. 해외 네트워크에는 실시간 정보보고와 함께 현지 거래선 방문과 전화접촉을 늘리라는 지침이 내려갔다. 재계는 일순간의 당혹감에서 벗어나 오후 들어 차분하게 대책마련에 들어갔다. 4대 그룹을 비롯한 재계 주요기업은 이날 오후 저마다 긴급 임원회의를 열고 앞으로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변화 가능성을 시나리오 별로 점검하고 환율∙자금∙수출입∙영업∙마케팅 등 분야별로 대응책을 모색했다. 4대 그룹의 한 고위 관계자는 "뉴스 외에는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채널이 부족해 긴급 회의의 논의가 제대로 진전되지는 못했다"면서 "중국과 미국∙동유럽 등 해외 네트워크에 실시간 정보보고 지침을 하달했다"고 밝혔다. 경제단체들도 일제히 한반도 정세가 급변할 수 있는 시기이지만 흔들리지 않는 경영활동을 하겠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논평을 통해 "상황이 어떻게 바뀌더라도 기업들은 충실히 경영활동을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국민과 기업은 확고한 의지와 냉철한 자세로 본연의 역할을 다해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무역협회는 "비상대책반을 구성해 이번 사태가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파악, 교역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정부와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노사가 평상심을 잃지 않고 힘을 모아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들도 이날 김 위원장 사망 속보가 나오자 일순 크게 당황했지만 곧 침착함을 되찾고 경영을 둘러싼 외부환경을 긴급 점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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