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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경 국내 LCD패널 생산업체들은 스미토모와 3M같은 외국기업으로부터 패널 세정을 위한 연마 시트를 전량 수입해 사용했다. 연마시트는 편광판을 부착하기 전 LCD유리 위에 있는 이물질을 제거해 굴절 현상을 없애고 선명한 화면을 볼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품질 수준도 만족스럽지 못했고 거의 독점 공급을 하다 보니 횡포 아닌 횡포도 컸다. 이에 삼성전자(현 삼성디스플레이)는 국내 중소기업인 MCK를 찾아 국산화를 이뤄보자며 개발을 제안했다.
MCK는 장비도 투자비용도 테스트 설비도 모두 부족했다. 삼성전자는 독자적으로 수행할 수 없는 샘플 테스트를 지속적으로 할 수 있게 힘을 실어줬다.
결국 수차례의 시행착오 끝에 2년 가까이 걸려 성공적인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었다. 기존 제품이 갖고 있던 스크래치 문제는 완벽히 해결됐고 수명도 2배 이상 늘렸으며 가격은 30%나 절감시켰다. 국산화를 통한 수입대체 효과는 연간 40억원에 달한다.
삼성전자는 현재 연마시트를 100% MCK에게 공급받고 있으며 2012년까지만 30억원에 이른다. 당시 9명에 불과했던 MCK 직원은 40여명으로 늘었다. 굳건한 신뢰를 바탕으로 양사가 든든한 파트너십을 형성한 것은 물론이다.
#우진기전은 2007년 한국철도공사의 KTX 부품 국산화 프로젝트로 구매조건부 신제품개발사업에 참여했다. 2년간 현장의 요구에 맞춰 수차례의 설계 변경 과정을 거치면서 '고속철도차량 전원공급접촉기및 TCP접촉기' 개발에 성공했다. 경쟁사인 프랑스 알스톰사의 특허를 침해하지 않으면서도 기능은 개선했다.
이 제품은 2011년 KTX에 장착돼 현재까지 문제없이 사용 중이다. 한국철도공사로서는 국산화 기술로 30~50%의 경비절감 뿐만 아니라 장비관리의 편의성, 빠른 부품 공급과 같은 운영의 효율성도 높이게 됐다.
우진기전은 과제착수 당시 100억원대였던 기업규모가 200억원 이상으로 성장했다. 직원도 47명에서 1.5배 가량 많아졌다. 나아가 최근 서울 수서발 고속열차의 핵심부품 중 제동제어기를 국산화한 주역이 됐다.
대기업·공공기관과 중소기업이 손잡고 신제품을 개발하는 '구매조건부 신제품개발사업'이 대-중기 동반성장 모델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매년 사업에 참여하는 대기업과 공공기관이 늘어나면서 동반성장 문화 확산에 기여하는 것은 물론 수입 부품의 국산화 대체 효과도 커지고 있다.
이 사업은 대기업이나 공기업 등 수요처가 구매의사를 밝히고 개발을 제안한 과제에 대해 중소기업이 기술개발과 상용화에 성공하면 일정기간 구매해 판로를 확보해주는 프로그램이다. 개발단계부터 제품의 판로확보가 가능함에 따라 중소기업의 기술개발 의욕을 고취하고 매출신장 등 경영안정을 도모할 수 있다.
중소기업이 자체 아이디어와 개발 기술을 공공기관, 대기업, 협회단체 등의 수요처에 제안해 진행하는 것도 가능하다. 기술개발과 제품화 과정(목형제작·시험분석·성능인증·디자인)에 필요한 자금을 최대 2년간 5억원 이내(기업제안 과제는 최대 1년, 2억5,000만원 이내)로 지원해준다. 올해의 경우 총 815억 규모의 예산 중 신규과제에 562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구매조건부 신제품개발사업의 경우 상용화율(사업화율)이 타 사업에 비해 매우 높다. 또 정부투자 대비 그 효율성이 크다. 실제 상용화율은 76%로 중소기업 연구개발(R&D) 상용화율(40%
수준)의 2배에 이른다. 대중소기업협력재단의 실적조사에 따르면 2011년 기준 885억원을 지원했을 때 1조236억원의 구매·수입대체 효과가 나오는 것으로 분석됐다. 업계 관계자는 "중소기업으로서는 대기업과의 새로운 거래관계가 형성되고 신제품 개발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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