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와 비슷한 저출산 문제를 겪던 나라였다. 1975년 합계출산율이 대체 수준 이하로 하락했고 1993년에는 가장 낮은 수준인 1.65명을 기록했다. 하지만 프랑스의 출산율은 1994년 반등에 성공한 후 2009년 1.99명으로 대체 수준인 2.10명에 근접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저출산을 극복한 프랑스의 힘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프랑스 정책의 시사점은 출산율이 하락한 후 정부가 대대적인 출산율 제고 정책을 추진하는 대신 과거부터 국가 주도로 가족 지원정책을 추진해왔다는 데 있다. 프랑스는 가족주의 전통이 강한 나라다. 가족을 부양하는 것이 중요한 개념으로 자리잡고 있고 국가가 그러한 전통을 가족 정책이라는 수단으로 지지해왔던 것이다.
실제 보건복지부가 내놓은 '선진국의 인구 문제 및 정책 방향' 보고서를 보면 프랑스는 출산과 양육을 국가 차원의 문제로 인식하고 가족친화적인 정책을 폈다. 대표적인 저출산 대책으로 ▦고용형태 탄력성 강화 ▦자녀 양육에 대한 경제적 지원 ▦공공보육 지원 등이 꼽힌다.
프랑스에서는 출산과 육아와 관련된 다양한 수당이 제공된다. 정부가 부모의 경제적 부담을 줄여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신생환영수당은 임신 초기 넉 달 이내에 임신 사실을 신고하거나 20세 이하의 아이를 입양할 때 지급된다. 자녀 양육을 위해 일을 쉬거나 근무시간을 단축한 부모에게는 최대 6개월까지 보조금을 준다. 한 달 수입이 최저임금(월액)의 55%를 넘지 않을 경우 20세 미만 아동을 둔 부모에게 일반부양수당이 지급되고 둘째 아이 이상 20세 미만 아동을 둔 경우에도 소득과 관계없이 기초수당이 나온다. 3자녀 이상을 둔 부모에게는 대가족카드제도가 있어 프랑스 국철 요금을 최대 75% 싸게 이용할 수 있고 카드 회원 기업들의 물품을 구입할 때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다.
프랑스 정부는 출산과 관련한 비용도 전부 부담한다. 아버지휴가·간호휴가 등 육아와 관련된 다양한 휴직과 휴가를 법적으로 보장해 출산이 사회활동에 저해되는 일이 없도록 하고 있다. 또 시간제 근무 등 고용형태의 탄력성을 강화해 일ㆍ가정 양립 환경을 조성했다. 이는 부모의 근로시간을 줄여 가정을 돌볼 시간적 여유를 갖게 하려 한 것이다. 프랑스에서는 여성들이 출산 후 일터에 복귀하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프랑스 통계청에 따르면 2006년 기준 두 자녀를 둔 여성의 83%, 세 자녀를 둔 여성의 68%가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