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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수필] 비오는날의 경제
입력1999-05-30 00:00:00
수정
1999.05.30 00:00:00
鄭泰成(언론인)비 오는 날엔 영락없이 길이 막힌다. 비가 오면 왜 멀쩡하던 길이 갑자기 막히는지 그 이유가 반드시 분명한 것은 아니다. 미끄러운 빗길을 조심하느라 모든 차량이 일제히 속도를 낮추기 때문일수도 있다. 우산 쓰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기가 싫어 차 가진 사람이 다 차를 끌고 나오기 때문일수도 있다. 비가 오면 아무래도 단속이 느슨해질것인즉 그 틈을 타 교통법규를 어기는 사례가 많아질 것이며 그래서 사고가 속출하기 때문일수도 있다. 실제로 비 오는 날엔 접촉사고가 특히 많고 찌그러진 차를 대로에 새워둔채 시비를 버리는 광경을 자주 볼수 있다. 네거리에선 신호를 무시한채 서로 달려들므로서 오는 차 가는 차가 얽혀 꼼짝 못하게 되기도 한다.
비 오는 날의 교통대란은 이렇듯 사소한 원인들이 한꺼번에 발생하므로써 엄청난 상승작용을 벌리는 사례라고 할수 있다. 또 비오는 날의 교통대란은 경험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않는 희한한 사례가 되기도 한다. 길을 막는 원인을 전혀 모르는바 아닌데 그 원인을 제거하려 들지 않는다. 그래서 비 오는 날의 교통대란은 반복될지언정 개선되지는 않는다.
비 오는 날의 교통대란엔 이밖에 또 몇가지의 특성이 있다. 정교하고 위협적인 교통법규도 대란 앞에서는 속수무책이 되는점이 그 첫째이다. 거창하게 말하면 정부의 권력이나 권위도 별무소용일 뿐이다. 두번째로는, 참으로 기묘하다면 기묘한 일인데, 누가 나서지도 않는데 시간이 흐르면 혼란이 저절로 수습된다는 점이다.
그러고 보니 비 오는 날의 교통대란과 경제의 격동은 닮은 점이 많다. 잘나가던 경제가 하루 아침에 거덜 나는일, 실패의 원인을 하나씩 뜯어보면 별것이 아닌데도 한꺼번에 폭발하면 그 결과가 걷잡을 수 없을만큼 확대되고 심각해진다는 점, 실패로부터 교훈을 얻지못하고 따라서 같은 실패를 되풀이 한다는 점, 또 경제가 격동하기 시작하면 정부의 힘으로도 어쩌지 못하게 된다는 점, 그래서 네거리에서 차가 뒤엉키듯 경제의 각 부문이 충돌하게 된다는 점등이 그것이다.
또 기막히게 닮은 점은 혼란과 침체가 영원히 계속되는 것이 아니다. 특별히 묘책을 강구한 것도 아닌데도 시간이 흐르면 저절로 정상을 되찾는다는 점이다.
사람 사는 이치, 세상 돌아가는 이치가 참으로 신묘하다고 할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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