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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우후죽순 '벤처 힘'만 분산
입력2001-07-30 00:00:00
수정
2001.07.30 00:00:00
■ 벤처단지 과잉투자기존공단 남아도는데 정부·지자체 조성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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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따로 지자체 따로.'
중구난방식의 벤처입지 정책을 잘 설명해주는 말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경쟁하듯 벤처단지를 만들어 홍보하는 데 혈안이 돼 있다.
벤처육성촉진지구ㆍ벤처기업집적시설ㆍ벤처기업전용단지ㆍ테크노파크ㆍ테크노밸리ㆍ소프트웨어 진흥시설ㆍ지식복합단지ㆍ도시첨단산업단지 등 이름만 다를 뿐 내용이 유사한 벤처단지는 전국적으로 수를 셀 수조차 없다. 약속이라도 한 듯 모두가 장밋빛 청사진을 앞에 내세우고 있다.
국가첨단산업의 장기적 발전에 대해 고심하거나 초과공급에 대한 후유증을 우려한 흔적은 전혀 발견되지 않는다. 국가의 장래를 좌우할 수도 있는 입지정책이 한정된 자원을 한곳으로 모아 시너지효과를 창출하기보다는 '나눠먹기식'으로 오히려 힘을 분산시키고 있는 형국이다.
이제는 양적 팽창보다는 질적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할 때인데도 불구하고 벤처정책은 여전히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 벤처단지 실상은
정부의 벤처기업 입지정책은 크게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법', '산업기술단지지원에 관한 특례법',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등 3개로 살펴볼 수 있다.
벤처기업육성촉진지구(중기청)는 서울 190만평, 경기 330만평을 포함해 전국 2,000만평이 조성돼 있으며 시도지사가 지정하는 벤처기업집적시설은 서울 106곳, 경기 32곳 등 총 167개나 지정돼 있다.
정부는 이것도 모자라 국가 및 지방산업단지 중 기술집약적인 단지를 골라 벤처기업전용단지로 지정한다는 계획이다.
또 산업자원부 장관이 지정하는 테크노파크가 6개나 된다. 광주ㆍ전남 테크노파크는 완공됐고 인천 송도(14만평), 안산(3만평), 충남(6만평) 등이 조성 중이다.
여기에 소프트웨어진흥시설(정보통신부)이라는 명목으로 경기 안산 소프트웨어지원센터 등 15개가 지정돼 있다.
지자체들의 경쟁은 더욱 뜨겁다. 인천시는 공항이 들어선 영종도에 첨단산업단지 조성을 추진하고 있으며 서울시는 월드컵 경기장이 있는 상암동에 '디지털 미디어 시티'를 조성 중이다.
경기도는 판교신도시 예정지에 60만평이나 되는 벤처단지를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내놓아 신도시정책에 혼선을 빚게 만들었다.
◆ 우후죽순 벤처단지를 들여다보면
작은 땅덩어리 안에 벤처단지가 홍수를 이루고 있는 이유는 국가의 장래를 위해서라기보다는 전시용 내지는 홍보용 성격이 짙다.
정부와 지자체 나름대로 이유는 있다. 하지만 겉으로는 21세기 첨단산업 비전과 지역의 장기발전을 각각 내세우고 있으나 속을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 만도 않다는 게 벤처업계의 평이다.
국민정부는 정권초기 5년간 벤처기업 2만개 육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벤처기업 육성의 기치를 높이다 보니 뭔가 보여줘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됐고 벤처단지 조성은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꼽히게 됐다.
결과야 어떻든 전시용으로 '터닦기'보다 좋은 수단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벤처단지의 범람 속에서도 벤처기업 2만개 육성이라는 목표는 물건너간 것으로 보인다.
국민정부가 들어선 지 3년 반이 넘었지만 벤처기업수는 이제 겨우 1만개를 넘어섰을 뿐이다.
지자체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일단 표를 얻어야 하는 민선 단체장들에게 산업특성이나 첨단산업에 대한 지역의 수요가 보일 리 없다. 일단 장밋빛 공약으로 지역주민들의 인심을 얻고 보자는 속셈이 강하다는 지적이다.
서울 테헤란밸리에 있는 A벤처기업의 P사장은 "과열경쟁의 이면에는 위험한 이기주의가 잔뜩 묻어 있다"며 무분별한 벤처단지 난립을 비판했다.
◆ 기존 공단도 남아돈다
문제는 정부와 지자체들이 벤처단지를 만드는 데만 급급하다는 것에 있다. 지난 98년 총사업비 146억원을 들여 만든 대구 테크노파크의 경우 50개 업체를 유치할 계획이었으나 임대료가 비싸 벤처기업 7개사만 입주해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기존 공단도 펑펑 남아도는 형편이다.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국가ㆍ지방ㆍ농공ㆍ자유무역지역 등 국내 산업단지는 총 493개 2억829만평에 달한다. 그러나 수요가 없어 분양되지 않은 면적만 2,752만평에 이르고 있는 실정이다.
즉 여의도 면적의 11배에 가까운 땅이 놀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경기 파주탄현영세중소기업전용단지, 충북 오송보건의료과학국가산업단지, 경남 안정국가산업단지 등 3곳의 국가산업단지가 조성 중이고 충남 석문, 전북 군장국가산업단지는 조성이 예정돼 있다.
지방산업단지도 전국적으로 21개가 만들어지고 있고 조성이 계획된 곳만 14개에 이른다.
오랜 기간 동안 분양실적이 저조한 곳은 전남 대불, 강원 북평 등 다른 산업단지에 비해 위치적 여건이 불리한 지역에 많다.
대불과 북평국가산업단지의 미분양률은 각각 76%, 86%에 달하고 있다. 분양률을 높이기 위해 할인판매를 하고 있으나 공장이 들어서야 할 곳에는 풀만 무성할 뿐이다.
박용규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첨단산업에 대한 수요가 아직 크지 않다는 점을 감안해 특히 새로 벤처단지를 조성할 때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계획 없는 벤처단지 조성은 후유증만 유발할 것이란 지적이다.
박동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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