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기술 이미 세계 톱 클래스…새 수출산업으로 키워야<br>아리랑 3·5호 성능·기술 선진국 수준<br> 대형 실용위성 분야선 경쟁력 충분<br>동남아·중동 등 틈새시장 적극 공략<br> 뒤처진 탑재체 기술 개발도 병행을
 |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연구원들이 아리랑 3호의 주 탑재체인 0.7m급 광학카메라를 장착한 후 조립하고 있다 . 공정률 80%를 보이고 있는 아리랑 3호는 내년 초 발사 될 예정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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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 유성구 대덕연구단지 내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위성 시험동. 푸른색 실험복을 입은 연구원들이 집채 만한 인공위성 주위를 분주히 오간다. 현재 이곳에서는 2개의 인공위성이 동시에 만들어지고 있다. 다목적 실용위성 아리랑 3호와 5호. 순번은 늦지만 발사는 5호가 먼저 이뤄진다. 최근 영상레이더 안테나 전개시험을 끝마친 아리랑 5호는 올봄 발사환경시험 등 마지막 성능시험을 수행한 후 러시아 야스니발사장으로 옮겨져 오는 6~7월께 우주로 쏘아 올려진다. 공정률 80%를 보이고 있는 아리랑 3호는 내년에 일본 발사체에 탑재돼 발사될 예정이다. 지난해 6월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독자 기상 위성인 천리안을 성공적으로 발사한 데 이어 아리랑 3ㆍ5호가 우주로 쏘아 올려지면 우리나라는 위성강국으로서 면모를 전세계에 다시 한 번 과시하게 된다. 우주개발은 선진국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다.
◇인공위성 기술은 이미 세계 톱 클래스 수준=항우연 연구원들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아리랑 2호가 성능 면에서 세계 6~7위급 위성이라면 아리랑 3ㆍ5호는 거의 톱 클래스 수준이기 때문이다. 김규선 항우연 다목적3호체계팀장은 "우리별 1호나 아리랑 1호를 개발할 때만 해도 외국 대학ㆍ위성업체로부터 기술을 전수 받아야 했지만 이제는 천리안을 공동 개발한 프랑스 아스트리움사가 먼저 제휴를 요청할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인공위성은 우주발사체와 함께 우주개발의 양대 축. 국제적으로 기술이전이 엄격히 제한되는 우주발사체 분야에서 우리나라는 우주강국들에 비해 기술력이 수십년가량 뒤처져 있는 상황이지만 지난 1990년대 초반부터 본격 개발에 착수한 인공위성은 성능 면에서 이미 선진국을 거의 따라잡았다는 평가다.
아리랑 3ㆍ5호는 지상 600~800㎞ 상공을 도는 저궤도 위성. 지상관측이라는 임무는 비슷하지만 기능은 조금 다르다. 3호가 0.7m급 고해상도 카메라를 탑재해 1m급인 2호에 비해 해상도가 향상됐다면 5호는 광학카메라가 아닌 합성개구면레이더(SRS)를 장착해 야간이나 구름이 많거나 악천후 상황에서도 원하는 지역의 위성영상을 얻을 수 있다.
특히 현재 운영 중인 아리랑 2호와 연계해 동일한 지역에 대해 서로 다른 형태로 촬영, 복합적으로 분석이 가능하다. 재난재해 감시 및 각종 자원의 이용실태 파악 등 다양한 활용이 가능할 셈이다. 항우연은 아리랑 3ㆍ5호의 후속 작업으로 적외선카메라 기능이 추가된 아리랑 3A호를 내년까지 개발, 발사하고 아리랑 6호도 예비타당성 조사가 끝나는 대로 개발에 착수할 예정이다. 또 2018년 발사를 목표로 정지궤도 복합위성 2호기 연구개발(R&D)도 본격화할 계획이다.
◇실용위성ㆍ위성활용 서비스 적극 공략 필요=우리나라는 위성 본체 제작기술에 비해 광학카메라와 영상레이더시스템과 같은 탑재체 기술은 상대적으로 뒤진다는 평가다. 본체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인공위성 제조기술 자립도는 86% 수준. 하지만 탑재체는 우주선진국 기술의 60~65% 수준에 그치고 있다. 그동안 위성 본체와 우주발사체 개발에 집중해온 탓이다. 김성훈 항우연 위성사업조정팀장은 "인공위성은 자동차ㆍ항공ㆍ조선과 같이 시스템을 어떻게 체계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가가 핵심"이라면서 "정보기술(IT)이나 기계ㆍ전자 등 우리나라가 앞서 있는 분야를 중심으로 본체 체계 기술 개발에 집중하다 보니 부품이나 소자 등 탑재체 개발은 후순위로 밀려있었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항우연은 한국표준과학연구원과 위성용 미러 공동개발을 진행하는 등 탑재체 기술 확보에 나서고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 천리안 위성에 탑재된 통신 탑재체를 개발했고 한국천문연구원도 과학기술위성 3호의 주 탑재체인 다목적 적외선 영상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아리랑 3ㆍ5호가 성공적으로 발사되면 우리나라는 기존 아리랑 2호와 무궁화 3.5호, 올레 1호(무궁화 6호), 한별위성, 천리안(통신해양기상 위성) 등 총 7기의 인공위성을 운용하게 된다. 미국(441기)과 러시아(99기), 중국(67기) 등에 비하면 양적으로 아직 못 미치지만 성능 면에서는 결코 선진국의 동급 위성에 뒤지지 않는다. 산학연 협력을 통해 기술력을 끌어올리고 틈새시장을 적극 공략한다면 수출산업화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우주산업은 위성ㆍ발사체ㆍ지상장비ㆍ위성활용서비스 등 크게 네 분야로 구분된다. 과거에는 인공위성과 발사체 분야가 투자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시장 규모도 가장 컸지만 최근에는 통신 방송 위성항법장치(GPS) 등 인공위성을 활용한 서비스 분야의 시장 규모가 급증하고 있다. 항우연도 아리랑 2호가 촬영한 영상 서비스를 외국에 팔아 최근 3년간 2,300만달러(약 25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해외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앞으로 10년간 전세계적으로 700개가 넘는 인공위성이 발사될 예정이고 이 분야에서만 1,100억달러(약 121조원)의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주진 항우연 원장은 "통신용 상업위성은 선진국에 비해 기술ㆍ가격 경쟁력이 다소 떨어지지만 대형 실용위성(저궤도 관측위성)은 경쟁력이 충분하기 때문에 동남아시아ㆍ중동ㆍ남미 등을 대상으로 틈새시장을 적극 공략할 계획"이라면서 "위성을 활용한 영상서비스 수출도 적극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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