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전두환 추징금’ 징수 어려운 이유

■ 역외탈세 징수 사실상 힘든 이유는<br>의혹 명단만 발표 잇따라 되레 빠져나갈 구멍 만들어<br>국세청·관세청·검찰 칸막이 실제 징수 실적 아리송


정부당국이 역외탈세와 이와 맞물린 전두환 전 대통령의 불법 재산 환수에 대대적으로 나섰지만 실효성에 의문이 가시지 않고 있다. 해외법인 간 움직이는 돈은 해당 국가의 전향적인 협조가 더뎌 파악이 어렵고 부처 간에도 정보가 공유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뉴스타파 등을 통해 역외탈세 의혹이 있는 명단만 발표되면서 오히려 이들이 빠져나갈 구멍만 만들어주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12일 정부에 따르면 국세청은 미국ㆍ영국ㆍ호주ㆍ스위스 등과 역외탈세 의혹과 관련한 계좌거래 정보 공유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스위스는 탈세를 위해 자국의 비밀계좌를 이용하는 사람의 명단을 포괄적으로 넘기는 '그룹리퀘스트' 법 제정안을 내놓았다. 국세청은 스위스와 정보교환을 통해 한국인의 탈세 관련 정보를 대거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해외에서 국내로 돈이 유입되지 않는 한 해외법인 간 오가는 돈의 흐름은 국내 과세당국이나 금융당국이 들여다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의 한 관계자는 "스위스에서 법이 통과해야 가능해 당장 거래정보를 획득하기 힘들다"고 전했다. 미국 등과 추진 중인 과세정보 공유 역시 상호주의에 따라야 하는데 우리가 줄 정보는 많지 않기 때문에 협의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전 전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씨의 역외탈세와 불법 외환거래 혐의를 조사 중인 금융감독원 관계자 역시 "재국씨의 계좌가 있다는 아랍은행 싱가포르 지점에 자료 요청을 했지만 얼마나 구체적인 내역이 올지 미지수"라고 털어놨다. 한 관계자는 "조세피난처 국가 입장에서는 과세정보를 내주는 동시에 각국의 투자자가 빠져나가기 때문에 정보를 주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역외탈세에 둔감했던 당국의 대처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만우 새누리당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대표적인 조세피난처인 홍콩을 비롯해 현지 교민이 많고 국내와 거래가 활발한 미국 로스앤젤레스, 브라질 상파울루, 러시아 모스크바, 영국 런던, 호주 시드니, 멕시코 멕시코시티 등에 세무협력관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세청 파견자를 외무 공무원으로 대우할지를 놓고 외교부와 이견을 해소하지 못한 탓이다. 국세청에서 2011년 임시로 직원 6명을 일주일간 홍콩에 파견해 대기업의 역외탈세 정보를 수집한 것도 이 때문이다.



국세청과 관세청 간 칸막이 현상도 역외탈세 척결을 가로막는 요소다. 관세청 통계를 보면 2010년 조세피난처에서 수입한 금액은 428억달러(신고기준)였으나 실제 지급한 대금은 1,317억달러로 889억원의 차액이 발생한다. 그러나 자본의 포괄적인 거래내역 조사는 국세청 소관이어서 더 이상의 파악이 어렵다는 게 관세청의 주장이다. 이 같은 지적에 따라 지난 2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논의했지만 진전을 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 밖에 검찰 등 사법당국과 행정당국 간에도 정보교류가 원활하지 않다는 비판이 많다. 일례로 2010년 한 대기업의 역외탈세 혐의를 포착한 검찰이 국세청과 이를 공유하지 않은 바 있다.

그 결과 의혹만 난무할 뿐 실제 징수 실적은 집계조차 되지 않고 있다.

2011년 5월 기준으로 금감원 조사 결과 국내 30대 대기업의 해외법인 중 167개가 조세피난처에 설립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만우 의원실 관계자는 "조세피난처에 해외법인을 세우는 것이 무조건 탈세를 위한 것으로 단정할 수는 없으나 탈세 및 비자금 조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기업이 아닌 해외 거래 당사자가 조세회피를 위해 해외법인 거래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을 감안해도 국세청이 역외탈세 세무조사 결과 실제 징수한 금액에 대해 국회에 제출하길 거부한 점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국회 관계자는 "역외탈세에 대해 여론의 관심은 어느 때보다 높아졌지만 실제로 처벌이 되거나 징수한 경우는 파악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