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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시장의 최근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코스닥의 강세 배경이 무엇이고 향후 전망은 어떠한지 점검해, 코스닥시장을 어떻게 바라보고 접근해야 할 지 전략을 도출해 볼 필요가 있는 시점이다.
우선, 최근 코스닥의 강세 배경을 점검하기 위해서는 과거 코스닥의 강세가 어떤 환경에서 진행됐는지 복기해볼 필요가 있다. 과거 코스닥의 강세 요인은 크게 3가지로, 신기술 및 정책 기대감, 막강한 유동성이 그 요인들이다.
지난 1999년에는 전세계인 TMT(Tech + Media + Telecom) 열풍이 있었고 코스닥시장에 대한 지원 정책도 강했으며, 이를 뒷받침할 유동성 여건도 좋았다. 2005년 역시 1999년의 환경과 유사했다. BT(Bio tech)가 TMT를 대신해 신기술의 자리를 차지했고 당시 정부 역시 BT산업을 크게 지원했다. 폭발적인 유동성 장세의 초입에 있었다는 점도 당시 코스닥 강세를 이끌었던 요인들이다.
최근 코스닥시장은 앞선 두 강세 국면과 상당히 유사한 상황이다. 모바일을 중심으로 한 신기술이 코스닥 강세의 기본판을 깔아주고 있다. 여기에 신정부의 출범으로 정책 기대감도 한층 높아지는 모습이다. 물론 지금 유동성 여건은 과거 두 국면과 비교해 좋지 못하다. 그나마 코스닥이 오래 동안 소외됐다는 점, 코스피가 좀처럼 방향성을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틈새시장을 형성하고 있다는 점 등은 과거 유동성의 역할을 일정 부분 대체하고 있다.
펀더멘털 측면을 살펴보면, 실제로 코스닥의 펀더멘털은 그리 좋지 못하다. 블룸버그가 제시한 2011년 기준 코스닥의 PER은 47.9배로, 나스닥과 자스닥, 차이넥스트의 평균 PER의 두 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코스닥의 영업이익률 역시 10%로 15%인 코스피에 비해 열세이고 해외 지수들의 영업이익률에 비해서는 절반 수준 밖에는 되지 않는다.
그런데 코스닥을 해외증시와 비교하거나 펀더멘털 논리로 접근하는 것이 적절할까. 전혀 그렇지 않다고 본다. 우선 나스닥시장에는 애플이나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과 같은 세계 굴지의 기업들이 포함되어 있다. 이들 기업들이 포함된 나스닥과 코스닥을 동일선상에서 비교하는 것 자체가 적절치 않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펀더멘털이 아니라 주가 움직임이다. 펀더멘털에는 크게 변함이 없어도 스토리와 모멘텀으로도 주가가 '더블'과 '반토막' 사이를 쉽게 오가는 곳이 바로 코스닥이다. 펀더멘털의 관점에서 코스닥에 접근할 경우 긍정적인 결론 도출이 어렵지만 시장이 강세를 보인다면 그 자체가 가장 확실한 매수 근거가 되는 곳이 코스닥이라는 점은 이미 여러 차례 경험했다.
그렇다면 지금 코스닥의 스토리와 모멘텀을 믿을 수 있느냐를 따져봐야 할 것이다. 아직 그 실체가 확연히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판단이다. 코스닥의 상대강도가 지난 대선일을 전후해 '정책'이나 '신정부'라는 단어에 대단히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이는 최근 코스닥의 강세가 신정부의 정책에 기댔다는 의미다. 신정부의 구성이 거의 완료되면서 정책이 속도를 낼 가능성이 커지고 있고, 기대가 실체를 드러내는 셈인데 이는 당연히 코스닥에 긍정적인 요인이다.
반면 유동성 여건이 과거 코스닥의 강세 국면들에 비해 크게 열세라는 점, 여전히 취약한 펀더멘털과 더 이상 싸지 않은 가격 등은 최근 코스닥의 강세에 올라탈지, 말지를 고민하게 만든다. 그러나 유동성의 열세와 고질적으로 취약한 펀더멘털 때문에 코스닥의 상승을 외면하는 것이 반드시 옳은 투자자세라고 할 수 없다. 시장 유동성은 점차 개선될 여지가 크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스토리와 모멘텀 앞에서 비싼 가격은 그리 문제가 되지 않는 곳이 코스닥이기도 하다.
'이번에는 확실히 다르다'고 이야기 할 수는 없다. 다만 순환적인 수준, 혹은 코스닥 강세의 3대 요인 가운데 유동성 요인을 차감한 정도의 코스닥 강세는 충분히 예상해볼 수 있다는 판단이다. 스토리와 모멘텀을 갖춘 코스닥에 대해서는 선별적으로 접근하는 전략은 크게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본다. 코스닥이 좁은 흐름과 길지 않은 연속성, 종목별 움직임으로 특징되는 지금 시장에서 좋은 투자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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