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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 "백두서 한라까지 우리는 하나" 실감
입력2000-06-15 00:00:00
수정
2000.06.15 00:00:00
[남북정상회담] "백두서 한라까지 우리는 하나" 실감실향민 1세대 상봉희망…올림픽 단일팀도 소망
남과 북의 두 정상이 겨레의 화합을 다짐하는 5개항의 선언을 발표한 날, 한반도는 온통 축제분위기에 휩싸여 있다.
백두에서 한라까지 7,000만 배달민족은 『우리는 하나다』는 점을 온 몸으로 느끼며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있다. 백두에서 한라까지 한반도에 긴장완화와 민족화해의 훈풍이 불고 있는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1년전인 15일 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남북해군함정간 교전이 빚어져 생업을 포기했던 인천 옹진군 연평도 주민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당섬부두와 마을회관에 삼삼오오 모여 남북정상이 합의한 사항을 주제로 얘기꽃을 나누고 있다.
꽃게잡이 어선들의 선장과 선원들도 이날 짙은 안개로 조업을 할 수 없게 되자 배 위에서 소주잔을 기울이며 남북정상회담이 조업규제 완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어민 어연환(37·연평면 남부리)씨는 『이젠 조업구역에서 불안감 없이 조업을 할수 있을 것 같다』며 『남북정상간 합의가 조업규제 완화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당시 서해교전을 승리로 이끌었던 해군 연평부대도 이날 별다른 공식행사 없이평온한 분위기 속에서 평소와 마찬가지로 국토방위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금강산관광을 마치고 15일 오전 7시30분 봉래호편으로 동해항에 도착한 우리측 관광객들은 『남북정상회담의 영향 때문인지 북한 사람들이 먼저 다가와 말을 건네는 등 분위기가 예전에 비해 변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대중 대통령이 처음으로 평양땅을 밟기 하루전인 12일 금강산 관람길에 올랐던 관광객들은 『금강산에서 만난 북한 남자 관리원(안내원의 팀장격)들은 「정상들이 만났으니 우리도 친해보자」며 악수를 먼저 제의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우리측 관광조장들도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되면서 관광객들의 기념사진촬영 요청을 거부하는 북한 안내원들의 태도에서도 변화가 느껴졌다고 말했다.
○…휴전선 인접지역 주민들은 15일 새벽 남북공동선언문이 발표되자 냉전에 밀려 침체됐던 지역발전과 이산가족 상봉에 크게 도움이 될것이라며 환영했다.
또 주민들은 이번 남북합의를 통해 끊어진 철도와 육로를 잇는 일들이 현실성있게 다가왔다는 데 의미를 두었다. 실향민 문곤수(文坤洙·73·양구군 하리 5반)씨는 『남북 정상이 합의한 이산가족상봉은 실향민 1세대들이 그동안 학수고대해 왔던 일』이라며 『앞으로 얼마나 살지 모르는 실향민 1세대들을 위해 현지방문이 주선되고 만남의 장소도 설치돼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대한적십자사 인천지사 사회봉사팀장 손희원(48)씨는『이산가족찾기 신청건수가 평소 매월 5건 정도에 지나지 않았는데, 오늘은 하루만에 4건이 접수되는 등 이산가족이 이번 정상회담에 갖는 기대가 어느때보다 컸다』며 『2달정도만 있으면 이산가족들이 상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너무나 기쁘다』고 말했다.
실향민 김준항(77·평남출신·인천시 부평구 부개1동)씨는 『이산가족 상봉이 오는 8월 이뤄진다는 소식을 들으니 한 없이 눈물이 난다. 남북 정상들의 회담 모습을 보고 이번에는 꼭 북에 있는 가족들을 만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고 울먹였다.
○…전주상공회의소 송기태(58)회장은 『남북한 정상이 얼굴을 맞대고 격의없은 대화를 나눠 경제협력 교류를 활성화하기로 합의한데 대해 큰 박수를 보낸다』면서 『북한경제 지원이 본격화 되면 침체된 이 지역 경제도 활성화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북도 체육회 구기섭(58) 사무처장은 『남·북한간 체육 및 문화예술 교류가 확대되면 55년간 쌓였던 갈등도 자연스럽게 풀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특히 다가오는 시드니 올릭핌에 남북 단일팀이 출전해 민족의 저력을 과시했으면 한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15일 자정께 동대구역 대합실에는 대형 TV로 남북 두 정상의 선언문 서명장면이 방영되자 삼삼오오 모여든 여행객들은 감탄사를 연발했으며 일부 여행객들은 박수를치며 환호했다.
김규재(66)대구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은 『남북한 정상이 실질적인 협력사업의 물꼬를 틀 수 있는 경제분야에서 활발하고 협력사업을 추진하기로 합의한 데 대해 크게 환영한다』면서 『이번 합의로 섬유업체 등 지역 업체가 북한에 진출, 지역경제가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산악인 김태웅(46· 대구시 북구 칠성2동) 씨는『지난 91년 자전거를 이용해 판문점을 거쳐 백두산을 등정하려 했으나 가지 못했다』면서 『이제 그때 못다 이뤘던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반겼다.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조직위원회는 남북 단일팀 구성과백두산에서의 성화채화 등이 성사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부풀었다.
박세호(朴世鎬) 조직위 홍보방송본부장은 『우리 조직위는 남북정상회담에 거는기대가 남다르다』며 『현재 남북 단일팀 참가와 백두산 및 금강산에서의 성화채화를 계획 하고 있는데 이번 회담을 계기로 이것이 성사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밤늦게까지 TV에 모여 좋은 소식을 학수고대하던 제주도민들은 『반세기 이상 고착돼 온 남북간의 냉전구도가 단 한차례 정상회담으로 눈녹듯 풀어지는 것을 보니 신기하기만 하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북5도 제주도연합회의 전열(81)회장은 『올해 광복절을 전후해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진다는 소식이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다』며 『13대 장손인 내가 죽기 전에 부모님 묘소와 동생들을 찾아 볼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벅차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한국전쟁에 참전해 화랑무공훈장을 받았다는 오영돈(77·북제주군 우도면 노인회장)씨는 『우리 민족이 동족상잔의 비극을 극복하고 통일의 길로 함께 전진하게 됐다고 생각하니 너무나 감격스럽다』며 『지금 당장이라도 우도에서 나는 넙미역과 해산물을 싸들고 평양으로 가 두 정상에게 대접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특별취재반 입력시간 2000/06/15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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