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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창] 우리가 보는 것, 그들이 보는 것

이윤학 우리투자증권 해외상품부 이사


경제학자 케인스는 "주식투자는 미인대회"라고 했다. 자신만의 관점이 아니라 모든 이의 관점에서 주식을 봐야 한다는 얘기다. 특정 기업이 높은 성장성을 자랑하는 회사라고 누군가 주장하더라도 다른 사람들이 동의하지 않는다면 그 기업 주가는 꿈쩍도 않는다. 혼자만의 짝사랑에 그칠 뿐이다. 그래서 주식 시장에는 "주식과 결혼하지 말라"는 투자 격언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특정 주식에 콩깍지가 씌어 환상에 빠지거나 매몰되지 말라는 의미일 것이다.

후강퉁이 시행되면서 투자자들은 두 가지에 관심이 쏠렸다. '우선 중국 시장, 특히 상하이 시장이 강세를 보일 것인가. 둘째, 어떤 주식이 상승할 것인가'였다.

먼저 상하이 시장은 후강퉁 시행 후 무려 11.7%나 올랐지만 홍콩 시장은 0.6% 하락했다. 중국 본토 투자자들의 홍콩 주식 투자 열기는 한 번도 일간 투자 한도를 소진하지 못할 정도로 시들했다. 그렇다면 홍콩 및 글로벌 투자자들의 투자열기가 상하이 주식 시장의 상승세를 견인한 것일까. 그것도 아닌 듯하다. 후강퉁 시행 첫날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일간 한도를 겨우 10~20%대 소진하는 데 그쳤다.

그럼 무엇이 상하이 주식 시장을 견인한 것일까. 후강퉁 시행 바로 일주일 후 기습적으로 발표된 중국의 금리 인하이다. 이 조치로 시장은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금리 인하는 위안화 약세와 그에 따른 수출 호조를 기대하게 했고 경기부양에 대한 중국 정부의 의지를 확인하게 하는 중요한 모멘텀으로 작용했다.

그렇다면 상하이 주식 시장에서는 어떤 종목들이 상승세를 주도한 것일까.



후강퉁 시행 전 홍콩 및 중국 본토 증권사들은 독보적인 내수소비재, 환경 관련주, 신에너지 업종, 철도 등 사회간접자본(SOC) 업종, 자동차 업종, 제약 등 헬스케어 업종이 상승을 주도할 것이라는 예상이 주류였다.

그러나 실제로 후강퉁 이후, 그리고 금리 인하 이후 상하이 주식 시장을 선도한 주식은 예상과 달랐다. 우선 후강퉁 수혜가 예상된 증권주는 금리 인하라는 호재까지 겹쳐 방정증권이 42%, 초상증권이 41% 상승하는 등 초강세를 보였다. 아울러 그동안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적었던 은행주까지 금리 인하 수혜주로 가세해 중신은행 23%, 교통은행 22% 등 대부분 20%대의 상승세를 보였다. 아울러 유가 급락으로 동방항공 30%, 남방항공 29% 등 대부분의 항공주와 유가 관련 기업의 강세가 이어졌다.

결국 후강퉁 시행 후 상하이 주식 시장은 가치주 중심, 장기적 관점의 글로벌 투자자들에 의해 움직인 것이 아니라 금리인하·유가하락과 같은 모멘텀 중심의 단기적 관점의 본토 투자자에 의해 상승세가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우리가 보는 것'과 '그들이 보는 것'이 확실히 다르다는 것이 드러났다.

가치주 중심의 호흡이 긴 투자가 모멘텀 중심의 단기투자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수익률이 높다는 점에서 우리와 그들의 시각이 멀지 않은 시기에 같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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