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여학생들이 전공에 대한 자신감 부족으로 미래의 모습을 그려나가는 데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응원하고 또 지지해줘야 합니다.”
10년째 이공계 여학생들을 위한 멘토링 사업을 해 오고 있는 오명숙(사진) 홍익대 화학공학과 교수는 여학생들이 자신의 전공분야로 취업하는 것이 산업계의 여성리더 양성과 국가 경쟁력 강화의 출발이라고 믿고 있다.
MIT박사 출신인 오 교수는 미국의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 텍사코 등에서 9년간 연구원으로 활동한 후 94년대부터 홍익대에서 후학 양성에 매진하고 있다.
로렌스 리버모어 연구소 재직 시절 당시 이공계 여학생들의 교육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오 교수는 “여학생들이 능력·자질 면에서 뒤쳐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감 결여로 위축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면서 “지금도 학교에서 실험을 하면 여학생은 정보조사 등 연구기획을 맡고 남학생이 주도적으로 실험을 이끄는 경우가 많은 데, 이는 여학생들이 역할 모델(role model)을 쉽게 찾지 못해 벌어지는 성 역할 고착화(gender role adaptation)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여학생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 전공분야로의 커리어개발에 보다 구체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공계 전공자의 전공 분야 취업이 중요한 이유는 국내 산업계에서 인력부족률이 가장 심각한 분야가 바로 이공계, 그 중에서도 공학 계열이기 때문이다. 실제 공학계열의 인력부족률은 7.2%로 산업계 전체 평균 인력부족률(3.5%)의 2배에 이른다. 그러나 이공계 여성들의 전공 분야 취업률은 약 40%로 남성(약 80%)의 절반에 불과하다. 주요 원인으로는 전공이 적성과 맞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멘토링에 참가했던 여학생은 전공에 애착이 강해지고 취업 후 산업계에서 전문가로 성장해 임원으로 승진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산업계에 이공계 여성들이 여성차별적 상황 대처법 등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고 주변에 역할모델을 쉽게 찾을 수 있다면 경력단절을 방지할 수 있어 산업계에 이공계 여성 리더의 숫자도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속적인 그의 멘토링 사업이 인정을 받아 지난 2013년 한국여성공학기술인협회가 선정한 여성공학기술인대상을 수상했으며, 2014년에는 한국공학한림원에서 공학교육 부문에 공로를 인정받아 여성으로는 처음 해동상을 받기도 했다.
오 교수는 현재 한국여성공학기술인협회의 ‘여성공학기술인력의 경력복귀지원 사업’을 맡고 있다. 이번 사업은 이공계 경력단절 여성들과 미취업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통해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이공계 경력단절 여성이나 미취업자들이라면 누구든 참가할 수 있으며 설문조사와 사업신청서를 작성하면 자신의 취약점 발견을 위한 1:1 컨설팅은 물론 필요한 교육을 무료로 받을 수 있다. 아울러 산업계와 연계한 취업도 지원받을 수 있다.
오 교수는 “여학생들이 자신의 전공분야에 뿌리를 두고 지속적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 가는 게 제 역할”이라며 “많은 이공계 여성들이 자신의 전공에서 적성을 발견하고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라며 활짝 웃었다./ 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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