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불황의 터널 끝이 안 보인다. 호재는 없고 악재만 첩첩산중이다. 국제유가가 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고 중국 경제 경착륙 가능성과 이머징 위기론이 고조되면서 불안한 수출 전선에 폭풍우가 몰려오는 형국이다. 올 들어 7개월째 뒷걸음치고 있는 수출 전선에는 설상가상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수출 마이너스 행진은 역대 최장기간인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2008년 11월~2009년 10월)의 기록을 깰 공산도 배제하지 못한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수출의 4분의1(25.3%)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 경제가 심상치 않다. 중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가 현실이 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수출환경이 지금보다 앞으로 더 악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우리 수출산업의 구조적 특성상 중국 경제의 좌초는 곧 우리 경제 전체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지난해 대중 수출은 0.4% 감소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올해 7월까지는 2.4% 줄어 감소폭이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허윤 서강대 교수는 "무역이 위축된다는 것은 경기의 위축을 의미한다"며 "수출 감소뿐 아니라 최근 수입액이 크게 줄었는데 이는 설비투자와 미래의 생산요소인 투자가 위축되는 것으로 경제 전반이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는 강력한 신호"라고 말했다.
더구나 중국은 공격적으로 위안화 평가절하에 나서고 있어 우리 제품의 수출경쟁력을 갉아먹을 소지가 높다. 이와 관련, 한중 수출경합도는 석유화학의 경우 2002년 0.20에서 2013년 0.76으로 높아졌다. 철강은 같은 기간 0.30에서 0.58로, 자동차는 0.20에서 0.47로 치솟았다. 일본뿐 아니라 중국 제품과의 경쟁에서도 이겨야 하는 힘겨운 상황이 전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 경합도 지수는 1에 가까울수록 경쟁이 심화됨을 의미한다.
국제유가의 추가적인 하락도 크나큰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전체 수출 비중의 20%에 육박하는 석유제품과 석유화학은 국제유가가 하락함에 따라 수출단가가 급락하고 있다. 올 들어 석유제품과 석유화학제품 수출액은 월별 20억달러씩 줄고 있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수출 비중의 7%를 차지하는 중동은 물론 신흥 유망지역으로 급부상한 러시아를 비롯한 중앙아시아 등 자원 부국의 수출 전선에도 초비상이 걸렸다. 올 상반기까지 대중동 수출감소액은 5%에 그쳤으나 국제유가 하락이 본격화한 7월 들어 무려 26.8% 급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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