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출범 당시부터 '강남부자'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었던 이명박 정권. 부자 집권당이라는 이미지 쇄신을 위해 현 정권이 꺼내든 카드 중 하나가 바로 새희망홀씨대출ㆍ햇살론ㆍ미소금융 등 3대 서민금융상품이었다. 정부는 특히 올해 양대 선거를 앞두고 이들 금융상품을 다시 한 번 전면에 부각시킬 태세다.
하지만 현실은 정부의 의지와 동떨어져 있는 듯 보인다. 출범 2~3년 차에 접어든 서민금융상품들은 운영기관을 중심으로 모럴해저드가 등장하거나 본래 취지와 다르게 운영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나며 의미가 퇴색하고 있다. 레임덕이 서민금융 정책에서도 감지되고 있는 셈이다.
◇슬그머니 줄어드는 취급실적=3일 금융계에 따르면 3대 서민 상품 중 하나인 햇살론의 신규 취급실적이 가파르게 감소하고 있다. 2010년 7월부터 상호금융기관에서 판매를 시작한 햇살론의 경우 그해 12월까지 총 9,821건(저축은행 대출 기준)으로 721억원이 지급됐다. 이를 지난해 동기와 비교해보면 대출취급 건수는 5,325건으로 45%가량이나 줄어들었다. 신규 취급 대출금 역시 40%가 줄어든 437억원에 그쳤다. 출범 1년여 만에 절반으로 쪼그라든 것이다.
농협도 단위 농협의 2010년 7월부터 12월까지 햇살론 취급 건수가 5만5,000여건(대출 잔액 4,500억여원)으로 지난해 1월부터 10월 실적인 6만2,300여건(대출잔액 4,200여억원)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초반에는 정부의 홍보와 지원으로 상품 판매가 활발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존재 자체가 미미해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시장질서 왜곡하는 정부=햇살론의 위축을 부추기는 또 한 가지 원인으로 정부의 새희망홀씨대출 강공 드라이브를 지목하기도 한다. 정부가 무리하게 금융상품에 개입해 역으로 시장 질서를 왜곡하고 있다는 시각이다.
정부는 시중은행에서 판매하는 새희망홀씨대출을 목표 판매액을 지난해 당초 1조원에서 1조2,000억원으로 한 차례 확대한 데 이어 올해에는 1조5,000억원까지 늘리겠다고 공언했다.
문제는 새희망홀씨대출과 햇살론의 수요자가 대부분 겹친다는 사실이다. 특히 시중은행의 경우 '전년도 영업이익의 10%를 새희망홀씨대출로 판매하라'는 지침을 이행하기 위해 지난해 연말까지 지점별로 할당량을 부과하고 고객 유치에 나섰다. 일부 은행은 금리까지 인하해가며 사활을 걸었다. 이에 햇살론의 수요층 일부는 새희망홀씨로 흘러 갔다.
◇정권 교체 앞두고 수술론 비등=현 정부의 대표 치적사업인 3대 서민금융상품은 여야를 떠나 차기 정부가 들어서면 대대적인 수술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최근 미소금융재단 임원의 횡령 사건과 같은 모럴해저드나 일부 서민금융상품의 편법 취급 등 부작용이 불거지는 배경에도 정부 주도 서민상품의 태생적 한계가 자리한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선심성 서민금융상품이 난립하며 할당량 채우기 등 실적관리에 급급하고 있다"며 "현 정부의 치적 사업이기에 눈치를 봐가며 협조하지만 (대선 이후에) 3대 금융상품이 크게 축소되거나 수정될 것이라는 생각을 지니고 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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