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의 대표적 전략기획통인 조준호(사진) LG 대표 겸 최고운영책임자(COO)가 LG전자의 휴대폰 사업을 총괄하는 MC사업본부장(사장)으로 전진 배치됐다. 표면적으로는 지주회사 대표에서 계열사 본부장으로 한 단계 내려갔다. 그러나 그 이면엔 사면초가에 빠진 스마트폰 사업의 전략적 변화를 모색하라는 특명과 함께 구본무 회장이 70세를 맞게 되는 내년 이후로 예상되는 그룹의 후계 구도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해석이다. 내년 1월 조 본부장이 취임 일성으로 어떤 전략을 내놓고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판도를 흔들려고 시도할지 그리고 LG그룹의 후계구도가 어떻게 전개될지 관심이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조 본부장은 휴대폰 사업을 글로벌 선두 브랜드로 재도약 시키라는 구 회장의 특명을 받고 지휘봉을 넘겨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박종석 사장의 건강문제로 후임을 고심하던 구본준 LG전자 부회장도 조 본부장을 추천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본부장은 현업을 떠나 오랜 기간 전략과 기획을 담당했다. 그러나 지난 2004년부터 4년간 MC사업본부 북미법인장으로 일할 때 LG전자의 휴대폰 돌풍을 주도하는 등 실력을 인정받았다. 이번에 휴대폰 사업 수장으로 복귀하면서 모바일사업과 관련한 '성공 전략 새 판 짜기'의 특명을 맡게 됐다.
LG전자의 휴대폰 사업은 사면초가 상황이다. 지난 3분기 'G3 효과'로 매출 4조2,470억원을 기록해 5년 만에 4조원대를 회복하고, 판매량도 2,000만대를 넘겼지만 주변 여건은 여전히 쉽지 않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은 삼성전자와 애플의 절대 강자가 버티고 중국 제조사들이 치고 올라오면서 자칫 속도를 늦추면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LG는 5위권 밖으로 밀려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휴대폰 수장이 된 조 사장에게 주어진 과제는 크게 세 가지다. 우선 흔들리는 리더십 세우기다. 전임 박종석 MC사업본부장이 격무로 인한 건강악화로 지난 5월부터 병원을 다니면서 사업본부를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 둘째는 글로벌 브랜드로 재도약하기 위한 '브랜드 위상 강화'다. LG전자는 프리미엄과 중저가 시장을 동시에 공략해 수익성과 성장성을 확보하는 '투 트랙' 전략을 내세웠는데, 이 전략에 어떤 변화를 줄지 관심이다.
셋째는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한 '경쟁력 강화' 방안이다. 최근 구 회장은 지금이 LG전자 모바일 사업의 중차대한 전환점이라고 지적했다. 모든 제조사들이 제품 경쟁력 강화에 총력을 다하고 있는 상황에서 조 본부장이 어떤 뾰족한 전략을 내놓을지 지켜볼 일이다.
또 조 본부장은 LG그룹 지배구조 변화에 가까이 서 있다. LG그룹은 구 회장이 70세를 맞는 내년이 중요한 해다. 구자경 LG명예회장도 50세에 취임해 70세에 자리를 물려줬고, 50세에 취임한 구 회장도 여러 차례 "젊은 사람이 맡아서 해야 한다"는 얘기를 했다. 구 회장 후임은 구본준 부회장이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고, 구 부회장을 보좌할 2인자 중 한 명으로 조 본부장이 꼽힌다. 조 본부장은 그룹 내에서 '포스트 강유식'으로 분류된다. 강 전 부회장은 외환위기 시절부터 구 회장을 보좌한 2인자로 그룹의 업무 전반을 챙겼다. 조 본부장도 오너 일가가 가장 신임하는 차세대 주자 중 가장 앞선 인물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조 사장의 인사가 겉만 보면 좌천이지만, 속을 보면 LG전자를 이끌 차세대 CEO로써 경험을 쌓으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며 "구본무-강유식 체제가 구본준-조준호 체제로 옮겨가는 과정으로 보는 것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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