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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 주식투자 여론몰이식 비판 안된다
입력2000-03-01 00:00:00
수정
2000.03.01 00:00:00
정재홍 기자
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도 1일 고위 공직자들의 보유 주식에 대한 직무 관련성 및 미공개 정보 이용 여부에 대해 조사에 나선다고 밝혀 고위 공직자의 재산 증식이 사회문제로 비화되고 있는 형국이다.정부 관계자는 『고위 공직자들이 직무에서 취득한 정보를 주식 투자에 이용했다는 의혹이 뚜렷하게 제기될 경우 윤리위원회에 회부, 위법성 여부를 조사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고위 공직자가 직무 정보를 이용해 주식 투자를 했다면 책임을 져야 한다. 문제는 고위 공직자 주식 투자를 비롯한 재테크 자체가 매도 대상으로 여겨지는 사회 풍토다. 주식 투자로 손해를 상당수 고위 공직자는 괜찮고 돈을 번 사람만 문제가 된다는 사고는 논리적으로 맞지 않을 뿐더러 위험한 발상이라는 지적이다.
조선시대 유교적인 윤리하에서는 가난하게 사는 청백리가 고위 공직자의 표상이기도 했다. 그러나 시대가 변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고위 공직자에게 가난을 강요한다면 능력있는 사람중 얼마나 고위 공직자를 희망하겠는가.
외환 위기로 빈부 격차가 벌어지며 가진 자들에 대한 못 가진 자들의 불만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사회 통합을 위해 불만의 골을 치유하는 노력 못지 않게 우리 사회에서 능력껏 돈을 번 사람에 대한 정당한 인정이 필요하다.
20세기 초반 경제학 거목중 케인즈는 주식 투자로 상당한 돈을 번 반면 피셔는 1929년 대공황 이전 주식에 투자해 돈을 날렸다. 당시 경제계에서는 케인즈를 「주식 투자의 귀재」라고 칭찬하며 케인즈의 「정부의 경제 개입 정당성」 주장이 「정부 불간섭」을 주장한 피셔의 통화주의 정책보다 우수하다는 증거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헌재(李憲宰) 재정경제부 장관은 『고위 공직자가 직무와 관련해 주식 투자하는 것은 위험 천만한 발상』이라고 말했다. 李장관은 금융감독위원장 재직 시절, 뮤추얼펀드에 투자하면 돈을 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나 투자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권오규(權五奎) 재정경제부 경제정책국장은 『고위 공직자의 주식 투자는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자제해야 한다』면서 『다만 모든 사람에게 투자의 기회가 주어지는 간접투자는 고위공직자의 투자 수단으로 무방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번에 재산이 공개된 고위 공직자중 주식에 투자한 사람은 대개 직무 관련성이 없거나 간접투자해 재산을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주식시장이 뜨겁게 달아올랐으므로 지난해 주식에 투자한 사람이 돈을 번 것은 당연하며 고위 공직자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재산 증식 1위인 박용현(朴容眩) 서울대병원장은 두산 창업주의 넷째 아들로 보유한 두산 주식의 유·무상 증자로 돈을 벌었다. 남궁석(南宮晳) 전 정보통신부 장관과 서정욱(徐廷旭) 과학기술부 장관 등은 자신 또는 배우자가 보유한 주식의 주가 상승에 힘입어 재산을 증식했다.
이밖에 박용택(朴容澤) 한전 부사장과 진병훈(陳炳勳) 주택공사 부사장, 정영대(鄭永大) 대검찰청 사무국장, 김진표(金振杓) 재경부 세제실장 등은 간접 투자로 재산을 늘린 케이스.
이같이 직무와 전혀 연관이 없거나 간접투자해 돈을 벌었다면 오히려 부러움의 대상이 되는 것이 정상일 것이다. 정당한 재테크마저 비난받는 사회는 그만큼 선진화되지 못했다는 반증이라 할 수 있다.
權국장은 『최근 우리 사회에서 못가져서 억울한 「배고픔의 경제학」보다는 남이 가졌다고 억울한 「배아픔의 경제학」이 횡행하는데 이는 문제』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정재홍기자JJH@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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