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11일 밝힌 전 계열사 임금피크제 도입안은 사무직 간부직원에 먼저 도입하고 생산직은 나중에 시행하겠다는 '투트랙(Two Track)' 전략으로 이해하면 쉽다.
내년부터 시행하겠다고 못을 박았지만 내년에 도입을 마무리짓겠다는 얘기는 아니어서 일부 계열사를 중심으로 임금피크제가 운영되고 순차적으로 전계열사에 임금피크제가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임금피크제 도입과 관련해 사측과 노동조합이 사전에 충분한 교감이 없었다는 말이 흘러나오지만 이같은 의도를 감안하면 굳이 필요없는 절차였던 셈이다.
현대차그룹의 임금피크제 적용대상에는 단서가 있다. 일부 그룹사는 간부사원 대상으로 우선적으로 시행하며 지속적으로 전직원 확대를 위해 노동조합과 협의한다는 내용이다.
뒤집어 보면 사무직 기준으로 과장 이상급에 선시행하겠다는 뜻이다. 간부사원은 회사방침을 따를 가능성이 높아 노조가 강성인 현대차나 기아차도 임금피크제 일부 도입은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게다가 41개 계열사 가운데 소규모 회사와 노조가 없는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 같은 금융계열사도 내년부터 임금피크제 전면시행에 들어갈 전망이다.
현대건설은 지난 1월 도입을 합의했다. 현대차나 기아차 생산직도 당장 내년부터는 어려워도 적어도 수년 안에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현대차그룹의 고위관계자는 "간부사원과 노조원을 나눠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라며 "내년부터 임금피크제를 시행하겠다는 것이지 도입을 완료한다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은 계열사별 정년을 통일해 60세로 늘린다는 방침만 세웠을 뿐 구체적인 시행계획은 추후 노조와 협의할 방침이다.
현대차 안팎에서는 이번 발표가 정부와의 사전 교감 끝에 나왔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고용부와 사전논의가 있지 않았겠느냐"고 전했다.
실제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6일 대국민 담화에서 "정년 연장을 하되 임금은 조금씩 양보하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해서 청년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 10일에도 "대기업부터 사회적 책임감을 갖고 청년채용을 확대해야 한다"고 재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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