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공개(IPO) 등 공모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자 비(非)우량 상장사의 소액 공모 유상증자나 전환사채(CB) 등 위험 상품에 뭉칫돈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이들 중 상당수가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부실기업이라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우리들제약이 지난 15, 16일 진행한 9억9,999만원 규모 일반공모 유상증자에 2,664억9,227만원의 자금이 쏠렸다. 우리들제약은 최근 문재인주로 꼽히며 급등한 종목이지만 지난해 3ㆍ4분기까지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지난 2008년 이후 당기순손실을 기록 중인 디지털넥의 9억9,000만원 규모의 일반공모 유상증자에 269억3,000만원이 유입됐고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제이웨이의 CB 발행에도 공모금액(9억9,990만원)의 9배에 달하는 82억2,260만원이 몰렸다.
이처럼 10억원 아래의 소액공모 유상증자나 CB 발행에 뭉칫돈이 쏠리고 있는 것은 최근 IPO 기업이 줄어들면서 자금이 부실기업으로까지 흘러 들어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에는 공모시장에 마땅히 투자할 곳이 없자 이미 정해진 투자자 외에도 다른 쪽에서 대규모 자금이 몰리고 있다”며 “특히 일부 사채시장이나 공모시장에만 자금을 쏟는 이른바 ‘공모족(族)’이 참여하는 듯 보인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최근 중소형 상장사를 중심으로 주가가 이유 없이 크게 치솟고 있는 점도 영향을 줬다는 평가다.
또 다른 코스닥시장 관계자는 “우리들제약은 이미 공모가격에 비해 주가가 3배 가까이 치솟은 상황”이라며 “연초 우량기업의 대규모 자금 조달이 많지 않고, 소액공모에 투자하면 빠른 시간에 20~30% 가량의 차익실현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실적 등 회사 내실과는 상관없이 투자자들의 자금이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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