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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딩크의 90분

한국축구의 대운이 걸린 4일밤 부산 아시아드월드컵경기장. 경기가 열리기전 거스 히딩크 감독의 눈에 만감이 교차했다. 결전의 순간이 다가온 것이다. 히딩크 감독에게 폴란드전 90분은 생애에서 가장 긴 시간이었다. 전반 초반 폴란드의 정확한 롱패스가 잇따라 에마누엘 올리사데베의 머리 근처를 맴돌자 히딩크는 초조한듯 벤치에서 일어나 기둥에 기댔다. 전반 10분께 상대 미드필더가 중앙에서 치고 올라오면서 순간적으로 한국 미드필더들이 공간을 내주자 히딩크는 발끈했다. 테크니컬 존에 뛰쳐 나가 강하게 압박하라고 주문했다. 22분께 골지역 왼쪽에서 박지성의 크로스패스가 황선홍의 근처에도 미치지 못하자 답답한 표정으로 소리를 질렀다. 찡그렸던 히딩크의 얼굴이 펴진 것은 전반 26분. 이을용의 패스를 황선홍이 왼발 논스톱 슛으로 상대 골문을 흔들자 히딩크는 두 주먹을 불끈 쥐고 힘있게 뻗친 뒤 앞뒤로 흔들며 '예스 예스'를 외쳤다. 마치 자신이 골을 넣은 듯 화려한 골세레모니가 펼쳤다. 흥분한 나머지 히딩크는 선수들과 뒤엉켜 테크니컬 존을 벗어났고 대기심의 주의를 받은 뒤에야 벤치에 앉았다. 이때부터 히딩크의 움직임은 더욱 바빠졌다. 벤치에 앉아 있다 갑자기 자리를 박차고 나가기도 했고 36분께는 아예 웃통을 그라운드에 벗어 던지고 작전지시를 하기도 했다. 전반을 마치고 라커룸으로 들어가던 히딩크는 전반 결과에 만족한 듯 고개를 연방 끄덕였다. 난적 폴란드에 한골차의 리드는 의미가 없는 듯 히딩크는 공격시에 선수들을 더욱 다그쳤고 후반 5분 안정환을 황선홍과 교체 투입시켜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후반 7분 아크정면에서 유상철의 슛이 골문을 향하자 히딩크는 무언가를 직감한듯 벤치를 뛰쳐나왔다. 볼은 빨랫줄처럼 뻗어나가며 예지 두데크의 손을 맞고 골문으로 빨려 들어갔고 히딩크는 다시 두 주먹을 불끈 쥔 뒤 박항서 코치와 하이파이브를 했다. 이 때부터 히딩크는 다소 여유를 보였고 터치라인을 벗어나는 상대의 볼을 직접 손으로 줏어주는 친철을 베풀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도 경기가 끝나기까지는 30분이 넘게 남았고 테크니컬 존을 쉴새 없이 서성거리던 히딩크는 자기도 모르게 발밑의 음료수병을 건드려 대기심쪽으로 굴러가기도 했다. 33분 하이토가 설기현에게 강한 백태클을 감행하자 히딩크는 얼굴이 상기돼 주심에게 어필을 하면서 테크니컬 존을 벗어나 또다시 주의를 받았다. 44분 히딩크는 설기현에게 나오라고 손짓을 했고 차두리를 투입시키며 경기를 마무리할 준비를 했다. 들어오는 설기현에게 히딩크는 경기 종료를 얼마 남겨 놓지않고 빼는 것에 대해 미안한 듯 악수를 청했다. 이윽고 경기종료의 휘슬. 히딩크는 오른손을 힘껏 휘저었고 선수들에 둘러 싸여하이파이브를 했다. 한국축구가 월드컵에서 처음으로 승리를 따내는 날 네덜란드 출신의 히딩크는 어느덧 한국인이 돼 있었다. 이규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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