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5일 발표한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은 '부자 감세'에 치중했던 종전 대책에서 벗어나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강조하고 있는 '중도 강화'의 철학을 반영해 서민정책의 비중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정책들이 구체적이지 못하고 서민생활이나 기업의 투자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딱 부러진 대책을 찾기 힘들 것도 현실이다. 이 때문에 이번 대책이 백화점식 나열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도 상존한다. 정부는 우선 올해 경제성장률을 지난 4월에 예상했던 것(-1.5%)보다 0.5%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이 가운데 28조원이 투입된 추가경정예산의 효과는 0.1%포인트. 나머지 0.4%포인트는 경기회복에 따른 효과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하반기 불확실성을 우려하며 경제성장률을 보수적으로 예측한 것으로 평가했다. 2ㆍ4분기에 전기 대비 2%가 넘는 성장률을 보일 경우에는 정부의 성장률 전망보다는 다소 높은 성장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윤종원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도 "2ㆍ4분기 거시지표를 보지 않은 상황에서 전망을 하다 보니 상당히 보수적으로 잡았다"며 "성장률이나 일자리 등 거시경제 변수들이 전망치보다는 좋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의 무게중심을 '서민'에게 두었다고 강조했다. 최근 이 대통령의 '중도 강화론'에 이어 경제정책도 서민과 중산층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것이다. 오는 30일 서민대책과 7월2일 기업투자대책 등을 연이어 쏟아내겠다며 구체적인 대책 등은 제시하지 않아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의 초점이 당초 정부의 계획과 달리 정치권을 오가며 흐려진 느낌이다. 실제로 정부는 재정 확장기조를 유지한다고 하지만 대책 하나 하나를 뜯어보면 상반기에 풀었던 지원을 회수하는 내용이 상당 부분 담겨 있다. 어느 정도 출구전략에 대한 대비를 하고 있는 셈이다. 일단 정부는 생계구호, 희망근로 프로젝트 등 한시지원대책은 올해 말로 마무리할 계획이다. 정부와 한국은행이 풀어놓은 외화유동성도 8월 말까지 회수해 외채 건전성을 강화할 방침이다. 유동성에 대한 견제로 불안 조짐을 보이는 부동산시장에 대해 메스를 가할 수도 있다는 엄포를 내놓았다. 원론적으로 중장기 수급안정을 위해 주택건설을 촉진한다는 정책을 가져가는 가운데 주택담보대출 기준 강화 등 선제적 대응방안을 강구해 부동산시장의 불안을 잡겠다는 것이다. 정부의 한 당국자도 "당초에는 한시적 대책의 회수를 명확하게 규정하는 등 타이트한 정책을 가져가려 했지만 서민대책이 떠오르며 대책별 강도가 수정되기는 했다"고 말했다. 일자리 창출과 기업 구조조정 부문에서도 새로운 대책은 당장 눈에 띄지 않는다. 산업수요에 맞는 인력양성을 위해 3ㆍ4분기 중 일자리 창출 및 인력양성 정책 전반의 실효성을 점검해 보완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특히 '파트타임'으로 불리는 단시간 근로 확산이 이뤄질 계획이어서 관심을 끈다. 서민생활 안정을 위한 정책으로 내놓은 근로장려세제에 대한 제도 보완, 대학 등록금 부담 완화를 위한 이자율 인하 등도 이미 대부분 나온 대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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