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15년 베이비 붐 세대의 은퇴로 인해 한국 자산시장이 붕괴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우리나라 베이비 붐 세대들이 보유한 주식비중이 크기 않은데다 부동산 역시 처분하기보다는 자식들에게 물려주려는 의지가 매우 강하기 때문이다. LG경제연구원은 17일 ‘2015년 자산시장 붕괴 가설 점검’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베이비 붐 세대의 주식보유 비중은 미국 등 금융시장이 발달한 나라들에 비해 낮고 한국의 부동산은 유산(遺産) 개념이 강한데다 가격의 하방 경직성도 크다”며 “따라서 이들의 은퇴가 자산시장 붕괴로까지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2015년 자산시장 붕괴설’은 베이비 붐 세대인 현재의 중장년층이 은퇴한 뒤 생계비를 위해 주식과 부동산을 대거 현금화할 경우 자산가격이 급락할 것이라는 가설이다. 보고서는 국제적 비교를 위해 지난 2000년 기준 35~54세 인구를 베이비 붐 세대로 규정할 경우 한국의 이 세대는 전체 상장주식의 11.1%(2004년 말 현재)를 보유하고 있어 미국 베이비 부머들의 보유비중인 28.8%(2001년 현재)를 크게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국 가계의 자산 축적 및 처분 행태가 미국과 크게 달라 자산시장 붕괴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작은 것으로 예상됐다. 미국은 보편적으로 중장년기에 재산을 모으고 은퇴 후 이를 생활자금으로 사용, 연령대별 부(富) 수준의 그래프가 55~64세에 정점에 이른 뒤 점차 감소하는 ‘역(逆) U자형’을 띠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다는 지적이다. 한국의 부모들은 40대 중반에서 저점을 이룬 뒤 다시 늘어나는 ‘N자형’ 추이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 가계의 60세 이후 부의 처분율이 1% 미만인 반면 미국은 3~8%로 높은 편이다. 다만 베이비 붐 세대의 대거 은퇴가 일시적인 교란요인이 될 수 있으므로 고령화 추세에 맞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이철용 LG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자산시장에서 베이비 붐 세대는 붕괴요인은 아니라도 교란ㆍ위협요인이 될 수 있다”며 “정부와 시장 관계자들은 고령화 추세에 맞는 장기 금융ㆍ부동산 상품을 개발하는 동시에 자산시장 변동성을 줄이는 방향으로 인프라를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