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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백조로 ‘고정관념’ 도전
입력2003-05-22 00:00:00
수정
2003.05.22 00:00:00
김희원 기자
가장 널리 알려진 발레 `백조의 호수`가 영국인 안무가 매튜 본에 의해 현대 댄스 뮤지컬로 탈바꿈, 성황리에 공연 중이다. 6월1일까지 LG아트센터.
올들어 `백조의 호수`가 국내에 소개된 것은 마츠 에크 안무의 스웨덴 쿨베리 발레단 공연과 국립발레단의 클래식 발레 등 이미 세 번째. `백조의 호수`가 일반인에게 인기 높을 뿐 아니라 안무가들에게 숱한 재해석 욕구를 불러 일으키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다.
역시 모든 발레공연 중 이 작품을 가장 먼저 봤다는 현대 안무가 매튜 본은 `강인한 날개를 지닌 백조가 왜 항상 여자여야 할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하여 1995년 탄생한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는 음악만 차이코프스키의 것을 쓸 뿐 정통 발레와 완연히 다른 면모를 보인다. 일단 등장 백조 전원이 웃통을 벗어 제친 남성 무용수다.
배경은 1950년대 영국 왕실. 지크프리트 왕자는 어린시절 어머니에게 받은 상처를 해결 못한 나약한 인물이다. 그에게 평온함을 주는 존재는 상상 속 인물인 백조 뿐. 왕자는 백조와 동일하게 생긴 `낯선 이`(흑조)가 어머니인 여왕을 유혹하자 큰 혼란에 빠진다. 정신적 혼란 상태에 처한 왕자의 내면에선 그를 공격하려는 백조와 보호하려는 백조가 싸움을 벌인다. 고전 발레에서 왕자의 보호를 받던 백조가 그의 수호자이자 정신적 지주로 탈바꿈한 것이다.
영화 팬들에게는 또한 스티븐 달드리 감독의 영화 `빌리 엘리어트`의 엔딩신으로 기억에 남을 법 하다. 노동자 가정 출신 어린 소년이 발레에 대한 열정과 재능을 발견하는 과정을 그린 이 영화에서 빌리가 성인이 돼 춤을 추는 마지막 장면이 매튜 본 판 `백조의 호수`다.
매튜 본은 “차이코프스키의 음악에 보이는 힘과 폭력성이 전통 발레에서는 제대로 표현되지 못했었다”면서 “남성무용수를 백조로 기용함으로써 관객의 마음 속에 있는 모든 상(像)들을 지워버리고 새로운 상상력을 자극코자 했다”고 답했다. 4만~10만원. (02)2005-0114.
<김희원기자 heew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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