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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수필] '북괴팀'응원

安炳璨(경원대교수)홍콩의 구룡지역에는 엘리자베드(伊麗莎白) 2세 실내경기장이 있다. 76년 11월 25일 밤 그곳에서는 월드컵배구대회 아시아지역예선 여자결승전이 열렸다. 「북괴팀」과 「중공팀」이 맞붙어 「북괴팀」이 2대0으로 이기다가 3대2로 역전패하는 아슬아슬한 경기가 벌어졌다. 그때 홍콩의 중국인 관중은 천장이 떠나가게 「중공팀」만을 응원했다. 그렇지만 「북괴팀」경기를 보러간 수십명의 한국교민은 응원을 하지못하고 속들만 태우고 있었다. 유독 한사람이 큰소리로 「북괴팀」을 응원했다. 『이겨라!』 『파이팅!』『잘한다!』 그 한사람의 외침은 얼어붙은 정적을 깼다. 맞은편 스탠드에 앉아있던 필자는 그의 목소리가 우렁차다고 느꼈다. 그가 당국에 불려가 호되게 경을친 것은 물론이요, 필자를 포함하여 경기를 참관한 다른 교민도 총영사관 당국자에게 환문당했다. 「북괴팀」을 나홀로 응원한 그사람은 신문사 홍콩지국장이던 신아무개 였다. 그날 부인과 함께 경기를 구경하러 나갔다가 마음을 억제하지못해 손뼉을 치며 응원하게 된 것이었다. 『조사좀 하자』고 신씨를 호출한 총영사관은 호통을 쳤다. 『야, 왜 손뼉쳐. 국가보인법에 얻어맞아 보겠냐』조사의 초점은 왜 손뼉을 쳤느냐에 있었다. 귀국조치를 당한 그는 남산 지하실로 검은 지프에 실려가서 또한번 『왜 손뼉을 쳤나』조사를 받았으며 그후 몇 년동안 출국정지처분자 명단에 올랐다. 1990년에 신씨는 필자와 만나 『사상을 떠나 동족으로 응원했을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고 확인했다. 신씨는 냉전시대의 피해자이다. 우리는 과거에 상실했던 것을 오늘 되찾을 수 있고, 오늘 부족한 것을 내일 보충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어느정도 희망을 품고 분단 반세기를 살았다. 정주영씨의 소떼가 판문점을 넘어가고, 금강산 뱃길도 트이고, 미국에간 「북한여자축구팀」을 교민들이 동족으로 맞이하니 햇볕이 난 것 같았다. 어느때 보다 남북관계가 잘 풀리나 싶더니 웬걸, 서해교전사태가 돌발하여 찬물을 끼얹는다. 냉기를 느끼게되니 신씨가 떠오른다. 우리는 이념이라던가 체제라던가 정치권력이라든가 하는「기득권」으로 말미암아 돌발적이고 첨예한 충돌사태를 겪는다.「북괴팀」이 아니라「동족팀」을 마음껏 응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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