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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변동폭 10% 확대 첫날 스케치
입력1997-11-21 00:00:00
수정
1997.11.21 00:00:00
◎“거래 35분만에 또 상한가”/한은 당분간 인위적 개입 자제/투신엔 예금인출문의 쇄도 해프닝까지/“외화유동성 더 문제” 대책촉구○…한국은행은 20일 환율변동폭을 아래위 10%까지 확대한 첫날 환율이 달러당 1백3원50전이나 올라 상한선까지 도달하자 예상했던 결과라는 반응.
한은 관계자는 『전날 발표된 금융시장 안정대책에 금융기관의 외화유동성을 개선하는 내용이 빠져 있어 환율상승 기대심리가 폭발적으로 나타났다』며 『시장기능 회복이라는 환율변동폭 확대취지에 맞춰 시장개입을 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
한은은 따라서 당분간 환율이 상승행진을 지속하더라도 이를 상승기대 심리가 반영되는 과정으로 판단, 가급적 인위적인 개입을 자제한다는 입장.
○…이날 외환시장에서는 개장 초반 갑자기 바뀐 체제에 적응하려는 듯 탐색전이 치열하게 전개되다 개장 18분만에 1천1백30원으로 첫 거래가 체결된 뒤 35분만에 가격제한폭까지 올라가며 매매가 중단.
한 외환딜러는 『시장 참여자들이 생각하는 적정환율까지 빨리 가기 위해 외환당국이 변동폭을 확대한 것 같다』며 『앞으로도 하루 이틀정도는 환율이 계속 상승할 것』으로 전망.
그는 『시장에선 원화가치 절하폭이 30%에 이르는 달러당 1천2백원선을 적정환율로 보는 분위기』라며 『그 수준이면 매매가 활발해지면서 시장이 안정될 수 있고 그렇지 않다해도 정부의 개입이 있지않겠느냐』고 분석.
○…은행들은 이날 환전을 위해 고시할 기준환율을 정하지 못해 계속 미루어오다 상오 9시50분 1천1백25원에 당일물거래가 이루어지자 이를 고시할 예정이었으나 곧바로 9시51분 1천1백35원에 거래가 이루어지자 전날 매매기준율인 1천35원50전에서 1천1백35원(고객매입률 1천1백52원2전)으로 1차 재고시를 한후 10시19분에는 1천1백39원(고객매입률 1천1백56원8전)으로 2차 재고시.
한편 이날 10시 김포공항 환전소에서는 신한은행이 기준환율에 1.5%를 적용하던 현찰매도율을 2.5%로 인상, 1천1백65원에 고시하자 종전과 같이 매매기준율에 1.5%를 적용, 현찰매도율을 1천1백52원에 고시한 외환·조흥은행으로 환전객들이 몰리는 바람에 3개 은행 관계자들이 급히 합의, 현찰매도율을 1천1백65원으로 통일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홍콩 싱가포르 등 역외선물환시장(NDF)에서는 서울외환시장에서 개장초 익일물거래가 이루어지지 않자 갑자기 매매호가가 사라졌다 9시50분께 처음으로 1년물짜리 매도호가가 1천3백90원에 나왔다. 이후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환율이 이날 가격상승제한폭까지 폭등하자 기간물별로 매매호가가 나타나기 시작해 10시30분무렵 1개월물 1천2백20∼1천2백60원, 1년물 1천3백30∼1천3백60원에서 매매호가가 형성.
○…시중은행 외환관계자들은 『지금은 환율수준보다 외화유동성문제가 더 중요한 상황이다』며 『정부의 금융시장안정대책에 외화유동성에 대한 대책이 빠져 있어 환율 급등은 이미 예견된 것이다』고 말하며 하루빨리 정부가 외화유동성 대책을 내놓을 것을 촉구.
○…정부가 내놓은 금융시장 안정대책에 투자신탁회사의 원리금 보장이 언급돼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자 20일 각 투신사 본사와 지점에는 예탁금 회수에 불안을 느낀 고객들의 문의전화가 빗발쳐 업무가 마비될 지경.
이날 소동은 정부의 금융시장 안정대책 발표에 예금 보호대상 금융기관에 투신사가 제외돼 있다는 한 조간신문의 보도가 오해를 빚으면서 촉발.
한국투자신탁 명동지점의 경우 이날 상오부터 고객들의 문의전화와 방문이 이어져 사실상 지점 직원들이 총동원돼 신탁업법의 고객 재산보호 조항을 설명하는 등 대규모 인출사태를 막기 위해 부심.
이 지점 관계자는 예탁금 인출을 위해 찾아온 대부분의 고객들이 해명에 수긍하고 인출없이 발길을 돌렸다고 전언.
○…이날 투신과 달리 은행, 종금, 새마을금고 등은 예금인출사태 없이 잠잠한 모습.
특히 기아사태 이후 예금이 지속적으로 빠져나갔던 종금사의 경우 정부의 예금보장선언으로 오히려 예금인출이 진정되는 분위기.
그러나 은행, 종금사 관계자들은 투신의 예금인출이 다른 금융권으로 번질까 불안해하고 있는 상황.<정경·증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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