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와 정부가 우리금융그룹이 민영화 과정에서 떠안게 될 최소 6,500억여원 규모의 세금을 오는 2월 임시국회를 통해 면제해주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우선협상 대상자까지 선정했지만 세금 문제로 무산될 위기에 처했던 우리금융의 경남·광주은행 분리매각 작업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가운데 박영빈 경남은행장은 독자생존 실패 등에 따른 책임을 지겠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10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여야정은 최근 국회 조세소위원회에서 우리금융이 경남·광주은행 분리매각시 떠안게 될 6,574억원 이상의 세금(법인세·소득세·증권거래세 등)을 면제해주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안종범 의원안)을 2월 임시국회 회기 중 처리하기로 하고 해당 합의사항을 법안에 부대의견으로 못박았다. 부대의견에는 "공적자금 회수를 위한 우리금융지주 분할매각 관련 법안의 경우 향토은행화를 위한 지방은행 매각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는 지역민과 지역정치권의 요청을 감안해 그 결정을 2014년 2월 임시국회로 연기하기로 하되 2월 임시국회에서는 공적자금의 조기·극대화 회수라는 원칙대로 해당 법안을 처리할 것임을 분명히 한다"고 명시됐다.
기재부 관계자는 "단순한 구두합의가 아니라 법안에 직접 명시한 것이므로 2월에는 우리금융 건이 조세소위를 통과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해당 법안이 조세소위를 통과하면 국회 내 소관 상임위원회(기획재정위원회·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거친 뒤 본회의에서 처리되는 절차를 밟게 된다. 일반적으로 여야가 소관 소위에서 합의한 법안은 큰 이변이 없는 이상 상임위와 본회의에서 가결돼왔다.
경남지역구 의원들의 반발로 우리금융 세금면제건 처리를 보류했던 조세소위가 2월 임시국회 처리 방침을 못 박은 것은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만약 국회에서 세금면제건이 불발되면 (우리금융의 최대주주인)예금보험공사가 우리금융으로부터 배당금액을 덜 가져가는 방식으로 세부담을 간접 보전해주겠다는 차선책을 제시했지만 우리금융 사외이사 등이 배임의 책임을 지게 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했다”고 전했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더 “세금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민영화 추진을 철회하겠다는 게 우리금융 방침인데 그러면 또다시 수조원 대의 공적자금 회수가 장기간 미뤄지게 돼 국가적으로 손실이 크다”며 “따라서(우리금융의 인적분할이 추진될) 2월 말까지는 세금 문제를 풀어줘야 한다는 쪽으로 (조세소위 의원들간) 의견이 모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금융의 세금폭탄을 면제해주기 위해 발의된 안종범 새누리당 의원안(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은 우리금융이 지방은행 등을 매각하기 위해 분할을 하는 것을 적격분할로 간주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비적격분할일 경우엔 ▦분할에 따른 법인세 6,384억원 ▦증권거래세 165억원 ▦의제배당에 따른 법인세 혹은 소득세(금액추정 곤란) 등을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안 의원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우리금융지주는 이르면 2~3월 중 스스로 인적분할해 우리금융지주와 지방은행지주로 나뉜 뒤 우리은행계열은 우리금융 산하로, 광주ㆍ경남은행은 지방은행지주산하로 편입시킬 계획이다. 이후 각각의 은행들을 소속 지주와 합병시킨 뒤 예보가 보유한 지분(지분율 56.97%)을 민간에 매각하는 작업이 본격화된다.
이중 경남은행에 대해선 1조2,000억원의 최고가를 제시한 BS금융지주(부산은행)이, 광주은행에 대해선 6,000억원대의 최고가를 제시한 JB금융지주(전북은행)이 각각 매각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상태다.
한편 오는 3월 임기종료를 앞두고 박영빈 경남은행장은 10일 이사회에 사의를 표명했다. 경남은행은 이날 이사회를 열고 박 행장의 사표를 수리했다. 차기 행장은 별도로 선임되지 않아서 당분간 정화영 우리금융 부사장이 직무대행을 맡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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