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성장 멀어지나 유가·환율 악재에 수출·고용 둔화…정부, 경제전망 수정필요 인정한셈건설·설비투자 증가율도 지지부진…민간硏은 성장률 목표 낮춰잡기도 이철균 기자 fusioncj@sed.co.kr "윗목이 채 데워지기 전에 땔감이 떨어진 꼴이다." 향후 경기를 진단하는 전문가들의 평가다. 정부가 예상한 것보다 국제유가ㆍ환율의 상황이 좋지 않고 이 같은 추세는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하반기 경기둔화는 불가피하다. 때문에 아랫목에만 머물던 온기가 윗목까지 도달할 여력도 없다. 악재가 많다는 게 이유다. 재정경제부는 19일 이 같은 흐름을 반영, "경기의 하방위험이 강하다"고 밝혔다. 경제성장을 갉아먹을 수 있는 악재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만약 현재의 상황이 악화될 경우 거시경제 전망을 수정할 수밖에 없음을 인정한 셈이다. ◇경기둔화 징후는 곳곳에=둔화 징후는 뚜렷하다. 연초효과도 1ㆍ4분기만 빛을 발한 채 꺾였다. 경기선행지수는 2개월 연속 마이너스다. 소비자기대지수도 1월을 기점으로 하향인 상태. 계절조정을 할 경우 100 밑으로 떨어진다. 국내 경제를 지탱하는 수출마저도 둔화되고 있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수출이 2004년, 2005년 좋았기 때문에 증가세 둔화는 예상됐던 것"이라며 "그러나 꺾일 경우는 달라진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고유가, 낮은 환율이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들은 하반기 이후 경제상황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소비의 근간이 될 고용지표도 만족스럽지 않다. 정부가 5%의 성장률을 목표로 삼고 있다면 고용은 35만명선이 유지돼야 한다. 과거와는 달리 1% 성장에 7만명가량의 고용창출이 이뤄지기 때문. 그러나 1ㆍ4분기 33만명, 4월 31만명 등 격차가 크다. 5% 성장이 이미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더구나 매년 노동시장으로 신규 유입되는 인구가 40만~50만명임을 감안할 때 불충분한 고용이 소득증가로 이어지지 않았고 이는 소비위축의 고리로 연결된다. 환율 하락이 수입물가를 떨어뜨려 소비를 진작시킨다는 기대감도 깨졌다. 소비의 패턴이 해외소비나 수입물품을 선호하는 경향으로 바뀌었기 때문. 이는 역으로 부유층 중심의 소비만 이뤄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때문에 최근 한국경제연구원은 하반기 경제성장률을 3.7%로 낮추면서 올해 전체 경제성장률을 4.3%로 낮춰 잡았다. 배 연구위원은 "3%대의 성장률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도 하방위험성 인정=정부도 경기의 하방위험성을 인정했다. 국제유가의 고공행진, 환율 급락 등에 따른 영향과 자산시장 거품붕괴 가능성 등으로 인해 하반기 경기둔화가 생각보다 더 클 수 있고 이것이 예상보다 오래 진행될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재경부의 한 관계자도 "정부가 예의 주시하는 것은 올해 성장률 목표의 달성 여부보다는 하반기 이후의 성장속도"라고 말했다. 여기에는 이미 고유가, 낮은 환율, 국제적 유동성 불안 등이 지속될 경우 성장률 달성은 어렵다는 말을 내포하고 있다. 물론 고유가나 낮은 환율에 대한 내성이 생겼다는 이유로 정부는 5% 경제성장률 달성은 가능하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내심 불안한 기색도 역력하다. 고용창출은 물론 경상수지 등에서의 후퇴가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경상수지 흑자 규모 전망치로 당초에 국내총생산(GDP)의 1.7%인 150억달러를 제시했다. 그러나 현재는 0.5∼1.0%인 40억∼80억달러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믿을 건 소비확대인데…=한덕수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은 이날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잠재 수준인 5% 안팎의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GDP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민간소비의 안정적 증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소비를 통한 경제의 선순환을 일으켜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소비를 일으킬 수 있는 지표들은 좋지 않다. 악재가 더 많은 상태다. 내수에 영향이 큰 건설투자는 1ㆍ4분기에 전년동기 대비 0.3% 증가에 그쳤다. 정부는 이르면 올해 하반기 또는 내년 초 저점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부동산대책의 영향이나 사회간접자본 분야에 대한 재정투자 둔화가 건설경기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정부 스스로 전망하고 있는 상황이다. 교역조건도 뒷걸음질을 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순상품 교역조건지수(수출단가지수를 수입단가지수로 나눈 뒤 100을 곱한 값)는 1ㆍ4분기 75.1로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 교역조건 악화는 실질구매력 저하로 이어져 소비와 투자 여력이 축소된다는 점에서 우려되는 부분이다. 일자리 창출 등 경기회복으로 직결될 설비투자의 증가세 둔화도 걱정된다. 80년대 설비투자 증가율은 연평균 12.1%, 91~96년은 11.1%였지만 2001~2005년에는 불과 1.1% 수준으로 급락했다. 특히 일자리 창출력이 제조업보다 뛰어나다는 서비스업에서는 투자가 더욱 부진했다. 재경부는 "내수회복을 반영해 설비투자가 점차 개선될 전망"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투자활성화를 저해하는 구조적 요인들, 즉 ▦중국 요인 ▦새로운 수익모형 미흡 ▦기업들의 위험회피 성향(경영행태 보수화) ▦신규투자 리스크를 완충해줄 경제 사회적 여건 미흡 등의 문제들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타개책이 만만치 않음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입력시간 : 2006/05/19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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