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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銀 부실등 환부 과감히 도려낼듯

■ 김석동 신임 금융위장 '官의 治' 공식화<br>금융산업 중장기 비전 담은 '제2 블루 프린트'도 검토<br>일부선 "과거 관치에 안주 또다른 혼란 올수도" 지적

김석동 신임 금융위원장은 진동수 전 위원장을 누구보다 따른다. 이헌재 전 부총리로부터 이어지는 '관치의 계보'에서 한 줄기를 형성하는 존재로 인정하는 탓이다. 하지만 동시에 전임 위원장이 가졌던 한계 역시 누구보다 잘 안다. 시장의 자율을 어정쩡하게 인정하려다가 역풍을 받고 리더십에 상처를 입었다는 것이다. 때문일까. 3일 취임 석상에 오른 김 위원장은 화두로 '달라진 금융위원회'를 선언했다. "위기 극복 과정에서 해이해진 부분이 있다"고 말한 그는 금융시장의 근간으로 '질서와 규율'을 꼽으면서 트레이드 마크인 '관의 치(治)'를 부활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날 기자들과 첫 만남에서 관치에 대한 입장에 "(금융회사들이) 오히려 편해지는 것 아니냐. (정부는) 신뢰를 주면 된다"고 말한 대목에는 시장에 대한 생각이 직설적으로 드러난다. ◇'금융위 존재감'만으로 질서와 기강 세우겠다=김 위원장은 취임 직전 주변으로부터 "시장이 금융당국을 과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 이를 의식한 듯 그는 "금융위의 존재감만으로도 질서와 기강이 설 수 있도록 하겠다"고 얘기했다. "질서를 어지럽히고 왜곡하는 경우가 생기면 엄정히 책임을 묻겠다"고도 말했다. 신한 사태처럼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 생기거나 현대건설 매각 등에서 드러난 이기적 자세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회초리를 들겠다는 뜻이다. 이 같은 언급은 당장 불이 떨어진 저축은행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 문제 등에서 확인이 될 듯하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신임 위원장은 부실이 생긴 환부는 과감하게 도려내려 할 것"이라며 "공적자금 투입을 통해서라도 부실이 생긴 곳은 정리하고 대주주에게도 그에 합당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얘기했다. 취임사에서 직원들에게 "자기 책임 아래 과감한 결단도 피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한 것 또한 원칙에 맞으면 피하지 않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이다. 취임사에서 또 하나의 과제로 적시한 가계 대출 문제 역시 뒤로 미루지 않을 것임을 보여준다. 이미 업무보고를 통해 밝힌 거치식 가계 대출 제한 등의 정책이 강하게 시행되고 가계 대출 총량 규제 등의 큰 틀을 어기는 금융회사에는 엄격한 벌칙을 부과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과의 관계 설정 작업 역시 새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감원이 금융위의 행동 대장 역할을 하지 않는다(금융위 실무자)"는 말이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는 뜻이다. ◇'제2의 블루 프린트' 나올 듯=시장의 질서와 규율 못지않게 중장기 그림을 다시 그리는 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과거 금감위 금융감독국장 시절 10년 후 금융산업의 미래를 담은 자칭 '블루 프린트'를 만든 바 있다. 이 작업에만 한달 넘게 공을 들였고 지금도 당시의 작품에 애정을 갖고 있다. 이에 따라 전임 위원장이 만들었던 '금융산업 중장기 비전'을 업그레이드한 새로운 액션 플랜을 조기에 내놓을 공산이 크다. 실제로 김 위원장은 이날 '증권ㆍ파생시장 개장식' 치사에서 "금융투자회사가 혁신할 수 있도록 현행 제도와 규제를 전면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이처럼 관의 영(令)이 서도록 할 것임을 공식화하는 등 직선적인 정책의 틀을 구사할 것임을 밝혔지만 그의 기대대로 시장이 원활하게 작동할지는 미지수다.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취임사를 보면서 관치의 유령이 돌아왔다는 섬뜩함과 과거의 관치 방식에 안주하는 것 아닌지에 대한 감정을 동시에 느꼈다"며 "그가 떠난 사이 민간의 힘도 그만큼 커졌고 관치의 부활이 또 다른 혼란을 불러올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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