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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은 경쟁력이다/기고] 우리에게 댐이 없다면

조우현<건설교통부차관>물은 사실상 그 값어치를 따질 수 없는(price-less) 귀중한 자원이다. 그래서 수자원은 국제간에 교역의 대상이 아닌, 개별국가들이 전략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전쟁도 불사하는 생명 자원인 것이다. 우리는 지난봄 타들어 가는 못자리와 물 한동이를 위해 기다리는 시민들을 보면서 물의 중요성을 절감했다. 그런데 한 달도 안된 7월부터 우리나라는 집중호우로 인한 수해피해로 정반대의 고통을 받고 있다. 불과 한달 전에 목타던 대지가 쏟아 붓는 게릴라성 호우로 가뭄에서 바로 홍수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물이 모자라다고 얘기할 수도 있고, 남는다고 말할 수도 있다. 우리는 좁은 국토에 많은 인구가 살고 있어(UN은 우리나라를 물부족 국가로 분류) 자연여건으로 볼 때는 분명히 물이 모자라는 국가이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연강수량의 대부분이 여름 한철인 6월부터 9월 사이에 집중되어 홍수와 함께 바다로 흘러가 버린다. 남북으로 400㎞, 동서로 250㎞인 10만㎢의 국토에 연간 내리는 1,280㎜ 깊이의 빗물을 합치면 우리나라의 수자원 총량(1280억㎥)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128㎝의 빗물중에서 33㎝ 깊이의 빗물만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그나마 댐 건설에 의해 추가로 사용하고 있는 빗물을 제외한다면 자연상태에서 사용할 수 있는 빗물은 불과 20㎝정도였을 것이다. 이러니 좁은 국토에서 많은 인구가 해마다 가뭄과 홍수의 피해를 되풀이하여 겪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러한 자연여건은 우리에게 또 다른 기회를 주고 있다. 우리나라의 집중호우와 험준한 골짜기는 저수의 적지가 된다. 이 점에서 우리나라는 물이 남는다고 말할 수도 있다. 우리는 이미 수자원개발을 통해 128㎝중 13㎝를 인위적으로 확보했고, 이를 더욱 늘려나갈 수 있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UN이 물부족국가로 분류한 영국은 전국토가 구릉지여서 수자원 개발의 여지조차 없는 나라다. 반면 일본은 2,600여개의 댐을 가지고 있고 현재도 230여개를 건설중이어서 자연환경을 인간의 슬기로 극복해 나가는 사례다. 우리가 댐을 건설하는 것은 빗물을 가두어 두는 저수통을 만드는 것이다. 꿀벌이 꿀통에 꿀을 모으는 것처럼, 개미가 겨울을 대비하여 굴을 파고 식량을 저장하듯이 우리도 여름철에 남는 물을 모아 봄철 가뭄에 대비하기 위하여 댐을 짓고 저수지에 물을 담아 두는 것이다. 지금은 세계정보산업의 중심지가 된 샌프란시스코와 로스앤젤레스는 사막이었다. 그곳에 미국인은 후버댐을 짓고 수백㎞의 물길을 놓아 세계적인 도시를 건설한 것이다. 댐을 짓는 것은 홍수피해를 줄이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댐은 하천상류의 골짜기에 짓는다. 서해를 건너오면서 습기를 가득 머금은 구름은 태백산맥에 막히면서 엄청난 집중호우를 내린다. 토목 기술자들은 오랜동안의 강우자료를 분석하여 가장 비가 많이 내리는 곳에 댐을 건설한다. 그것이 바로 소양강댐이고 충주댐인 것이다. 지난 98년 대홍수때 소양강댐과 충주댐에서 빗물을 가두어준 덕분에 한강인도교 수위를 2.6m낮춤으로써 3,600억원의 재산피해를 경감하는 등 홍수조절 이득이 1조1,000억원에 달했다. 지난 99년에도 댐의 홍수조절효과는 5,700억원이었다. 이것만으로도 소양강댐 건설비 320억원의 수십배 효과를 거둔 셈이다. 지난봄 석달간 지속된 가뭄에도 댐에서 물을 공급받는 지역들은 물을 사용하는데 전혀 불편이 없었다. 그러나 댐이 없었다면, 수도권주민 2,000만명이 모두 제한급수의 고통을 겪었을 지도 모른다. 물 없이는 한시도 살 수 없다. 그래서 물은 항상 모자라는 것보다 남는 것이 좋다. 그러나 물은 잘못 다스리면 엄청난 화를 불러온다. 이어지는 가뭄과 홍수,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가를 온 국민이 냉철하게 판단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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