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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칼럼] 섹스리스 커플
입력2003-04-09 00:00:00
수정
2003.04.09 00:00:00
천주교 성인들 가운데 그리스도 안에서 순결을 지키기 위해 죽을 때까지 동정으로 남기로 서약하고 이를 끝까지 지켜낸 부부가 있다고 한다. 결혼을 안하고는 정상적인 사람으로 대접 받지 못하던 시대의 얘기고, 한국에 신부나 수녀가 흔히 있던 시대도 아닌 옛날 얘기니까 단지 종교적 신념에 따라 `섹스 없는 부부`로 살았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이런 특수한 경우를 제외한다면 부부가 된 이상 성생활을 갖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고 한편으로는 서로에 대한 의무이기도 하다. 그런데 요즘은 멀쩡한 부부 가운데도 성생활을 등한시하는 `섹스리스 커플`이 제법 많은 모양이다. 최근 발표된 한 조사에 따르면 수도권에 사는 성인 부부 가운데 한달 이상 관계를 갖지 않았다고 대답한 커플이 7.1%였다고 한다.
여기에는 3개월 이상 관계가 없었던 사람 3%가 포함돼 있다. 특히 20~30대 전문직 종사자 가운데는 13.1%나 됐다고 하니 소득이 높고 지위도 안정된 사람들은 섹스 말고도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길이 많은 모양이다. 한 달이나 석 달씩 성 관계가 없이도 부부관계에 문제는 없는 걸까.
꼭 비정상적이라 할 수는 없지만, 섹스 자체가 건강한 사람의 정상적인 생리 욕구와 관련돼 있는 만큼 일단 보통의 경우는 아니라고 볼 수 있다. 욕구가 일지 않는다면 신체적 문제가 있는 것이요, 욕구가 이는 데도 관계를 갖지 않는 것이라면 부부로 친밀도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해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 전문직종의 사람들이 갖는 정신적 시간적 조건을 생각해보면 성생활이 뜸하게 되는 것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교수 의사 약사 변호사 판검사 회계사 언론인 등은 머리를 많이 쓰는 직업이고 또 일에 대한 직접적인 평가와 책임 때문에 스트레스도 많다.
정신활동의 과다, 지속적인 긴장은 몸의 생리욕구까지도 잊어버릴 만큼 육체적 피로를 가중시킨다. 문제는 성생활이 없다는 사실보다 생리적인 욕구마저도 잊어버리게 만드는 그의 피 말리는 일상에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런 사람들에게 필요한 처방이 있다면 `섹스요법`보다는 `충분한 휴식`이 우선 돼야 할 것이다.
<^이은주(대화당한의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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