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억명의 인구와 국내총생산(GDP) 12조달러의 중국 거대 시장이 눈앞에 열리게 된 것이다. 하지만 제조업 등에서 중국과의 기술격차가 갈수록 줄어들어 값싼 중국산 제품의 공세가 우려된다. 한중 FTA 발효로 당장 수출전선이 크게 회복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일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윤상직 산업부 장관과 가오후청 중국 상무부 부장이 한중 FTA의 영문본·한글본·중문본 등 3개 협정문에 정식 서명했다고 밝혔다.
한중 FTA는 품목 수 기준 90.7%(7,428개)와 수입액 기준 85%(1,417억 달러)에 해당하는 품목에 대해 최장 20년 내 중국 시장의 수입관세를 철폐하는 것이 내용이다. 우선 정부는 미국과 유럽연합(EU)에 이어 3대 경제권인 중국과 FTA를 체결함으로써 우리의 전체 교역에서 FTA 체결국가와의 비중이 63.03%로 제고된 데 의미를 뒀다. 대외경제연구원 등 주요 연구기관의 '한중 FTA 영향평가'를 인용해 이번 FTA 발효 후 10년간 실질 GDP가 0.96% 추가 성장하고 5만3,805개의 새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전망했다. 양국 장관은 서명식에 이은 통상장관회담에서 "상호 교역·투자 확대뿐 아니라 양국 정부·기업 간 새로운 성장동력을 모색하는 전방위적 협력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한중 FTA가 수출부진에 특효약이 될지는 의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정부의 경기부양책과 금리인하에도 내수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는데다 산업생산까지 줄고 있어 FTA 효과를 크게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기 때문이다. 오히려 피해업종 대책과 대중 수출 활성화 정책이 적절히 구사되지 않으면 한중 FTA가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온다.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중 수출이 부진에 빠진 것은 중국 경제의 서비스산업화와 우리의 높은 대중 가공무역 의존도와 같은 구조적 문제에 따른 것"이라며 "당장 FTA가 발효된다고 해서 큰 효과를 볼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제조업 중심의 수출 중소기업들이 더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2005년 민간 공동연구로 시작된 한중 FTA는 지난해 11월 실질 타결을 선언하고 올해 2월 가서명한 뒤 약 4개월 만에 정식 서명을 마쳤다. 이제 남은 것은 국회 비준동의 절차뿐으로 정부는 올해 내 발효를 목표로 조만간 비준동의안과 영향평가 결과, 국내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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